단속 어렵네~ ‘셔츠룸’ 전단지 뿌리다 잡혀도 “버린건데”

입력 2023-03-02 00:03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용강동 길거리의 한 스탠딩 재떨이에 신종 유흥업소 ‘셔츠룸’을 광고하는 전단 스티커들이 붙어 있다. 마포구는 오는 17일까지 불법 광고물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지난 28일 오후 9시쯤 서울 마포구 용강동의 번화가. 3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검은색 모자를 눌러 쓰고 걸어가며 명함 크기의 전단지 서너 개를 바닥에 흘렸다. 남성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전단지에는 ‘러시아, 2시간’ 등의 문구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신종 유흥업소를 광고하는 불법 전단지였다.

마포구청·마포경찰서 합동단속반이 남성을 쫓아가며 “이런 거 뿌리시면 안 돼요”라며 제지하자 이 남성은 “아 그냥 버린 거예요, 버린 거”라며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둘러댔다. 발로는 자신이 버린 것이라는 전단지를 밀어내며 감추려 했다. 그는 단속반의 추궁에 마지못해 전단지를 다시 주운 뒤 유유히 사라졌다.

단속반은 이날 서울지하철 5호선 마포역 일대와 마포음식문화거리에서 불법 광고물 단속 및 근절 캠페인을 진행했다. 중점 단속 대상은 최근 성행한다는 ‘셔츠룸’ 전단지 살포 행위였다. 셔츠룸은 여성 접객원이 셔츠를 입고 접대한다는 데서 이름이 붙은 신종 유흥업소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셔츠룸’ ‘피아노룸’ 등의 이름을 붙인 업소 호객 전단지가 직장인들이 모이는 식당가, 술집 골목 등을 중심으로 대량 살포되고 있다는 민원이 400건 이상 접수됐다고 한다.

셔츠룸 등을 홍보하는 불법 전단지는 단순히 길바닥에 뿌리는 ‘살포형’에서 부착식 ‘스티커형’으로 처치 곤란하게 변형돼 있기도 했다. 고깃집이나 술집 앞에 설치된 스탠딩 재떨이는 셔츠룸 광고판을 방불케 했다. 용강동의 어느 술집 앞에 놓인 재떨이에도 각기 다른 유흥업소를 광고하는 스티커들이 경쟁하듯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단속반이 손톱으로 아무리 긁어도 모서리 부분만 겨우 떼어낼 수 있을 정도로 접착력이 강해 제거도 쉽지 않았다.

전단을 뿌리는 이들은 약삭빠르게 단속을 피해갔다. 단속반이 출동하면 슬쩍 자취를 감췄다가 단속반이 멀어지면 어느새 나타나 살포를 재개하는 식이었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듯했다. 단속을 눈치챘는지 파란 쓰레기봉투에 셔츠룸이라는 큰 글씨가 적힌 새 전단지 수백장이 무더기로 버려진 모습도 포착됐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평소에는 술자리 1, 2차 시간에 맞춰서 오후 7시와 9시에 두 번 전단지가 뿌려지는데 오늘처럼 단속에 나서면 자취를 감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포구는 오는 17일까지 지역 곳곳에 무분별하게 뿌려지는 신종 유흥업소 불법 전단지 살포를 집중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글·사진=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