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사퇴 묻자”… 친명 VS 비명, ‘전당원투표’ 새뇌관 부상

입력 2023-03-02 00:02 수정 2023-03-02 08:0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광장 동편에서 열린 '104주년 3.1절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된 사태의 여진이 계속되자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전 당원 투표’로 이 대표 재신임 여부를 확인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즉각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반발했다.

친명계 핵심 의원은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저쪽(비명계)이 보인 행태는 분명히 선을 넘은 것”이라며 “말로는 민주당을 위한다면서 이 대표가 싫다고 적과 손잡고 뒤통수를 세게 때린 것인데, 이 정도면 배반이 아니라 이적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자꾸 대표직을 사퇴하라고 하는데, 당원 77%의 선택을 받은 사람에게 누구 마음대로 사퇴하라고 하는 것이냐”면서 “자신 있으면 전 당원 투표를 해보자”고 말했다.

민주당의 5선 중진 안민석 의원도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당이 혼란스럽고 충격에 빠져 있고, 분명한 이 위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해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속하게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당원 전원 투표로 이 위기를 돌파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딱히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 여부를 전 당원 투표에 부쳐 당심을 눈으로 확인해보자는 것이다. 비명계 의원들의 ‘집단 반란표’로 흔들린 이 대표의 권위를 전 당원 투표 결과를 통해 회복시키겠다는 의도다.

비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개딸(개혁의 딸)을 비롯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당원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 당원 투표는 이 대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완전히 짜고 치는 고스톱이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한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도 “결국 개딸들 등에 업고 재신임을 먹겠다는 소리 아니냐. 그냥 이재명당 만들겠다는 말밖에 더 되느냐”면서 “어떻게 하면 당을 살릴 것인지 생각해야 하는데, 계속 강성 지지층 부추기는 말만 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친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원내 지도부는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지금은 표결 결과가 누구의 책임인지를 따져 물을 때가 아니다”며 “우리끼리 책임을 추궁하며 분열의 늪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정권이 노리는 함정”이라고 지적했다.

최승욱 이동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