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패 방지 대책을 총괄하는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김복규(사진) 전 KDB산업은행(산은) 부행장의 ‘퇴직자 위임’ 논란 관련,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국민일보 2023년 2월22일자 16면 보도 참조>.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익위는 지난 1월 퇴직해 민간인 신분이 된 김 전 부행장이 서울 영등포구 산은 본점 내에 유선 전화가 딸린 사무 공간을 제공받고 중요 업무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 확인에 나섰다. 권익위는 산은 측에 “김 전 부행장에게 회사 자산을 제공한 근거가 무엇인지, 김 전 부행장을 퇴직 처리하지 않고 업무를 맡긴 이유가 무엇인지 소명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인 신분인 김 전 부행장은 국방부 훈령에 따라 국가 보안 시설로 지정된 산은 본점을 수시로 드나들며 각종 현안에 대한 업무 보고를 받았다. 산은 등에 따르면 김 전 부행장은 본점 부산 이전 추진 현황과 아랍에미리트 국부 펀드(UAE) ‘무바달라’가 한국에 300억 달러를 투자하기 위해 작성한 양해각서(MOU) 내용 등 강석훈 산은 회장에게 올라가는 중요한 사안 여러 건을 미리 보고받고 업무 지시를 내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는 김 전 부행장이 산은으로부터 편의를 받고 업무를 수행한 점이 공직자 부패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지, 현행법 위반에 해당하지는 않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권익위는 산은에서 받은 자료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방문 조사에 나서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관련 국민일보 보도가 나간 지난달 22일 이후 김 전 부행장 사내 메신저 계정을 삭제 처리하고 사무 공간을 회수했다. 산은은 본점 출입 관리가 미비했던 점도 인정했다. 산은은 “김 전 부행장의 퇴직자 위임 논란이 사실이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퇴직자라고 해도 업무상 필요한 경우 본점에 출입할 수 있다. 다만 김 전 부행장에게 별도로 출입증을 발급하지 않아 관리가 미비했다. 국민일보 보도 직후 김 전 부행장의 출입 권한을 즉시 정지했다”고 답했다. 산은은 또 “김 전 부행장에게 제공된 사무 공간은 업무 구역과 완전히 분리된 별도의 층(7층)에 있었다. 앞으로 본점 보안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산은이 ‘비선 실세’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무 공간을 제공하고 일을 맡긴 이유는 김 전 부행장이 유력한 차기 수석 부행장 후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석 부행장은 산은 회장 제청을 받아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데 현재 김 전 부행장에 대한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직원은 “김 전 부행장은 이미 사내에서 수석 부행장으로 불리며 비공식적으로 비서와 차량까지 지원받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윤석열정부의 공정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을 일삼은 김 전 부행장을 어떤 직원이 존경하며 따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