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이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500대 기업 중 상장사 269곳의 여성 임원 비율이 10명 중 1명 수준에 그쳤다.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 16곳은 법을 어기면서까지 여성 임원을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269개 기업의 이사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임원 1811명 가운데 181명(10.0%)이 여성 임원으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2019년 말 기준 여성 임원 숫지(51명, 3.0%)보다 늘었지만, 유리천장은 여전한 셈이다. 여성 임원을 선임한 기업은 269곳 중 151곳(56.1%)으로 2019년(42곳) 대비 109곳 증가했다.
적게나마 여성 임원이 늘어나는 건 2020년 2월에 개정된 자본시장법의 영향이다.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HMM, 두산에너빌리티, 아시아나항공, KCC 등 16곳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이사회에 여성 임원이 1명도 없다. 현행법상 여성 임원 선임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별도의 제재는 없다.
선임된 여성 임원도 상당수가 사외이사였다. 269개 기업의 여성 임원 중 사외이사는 158명(87.3%)이었다. 사내이사는 23명(12.7%)에 그쳤다. 23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15명(65.2%)이 사주 일가였다. 전문경영인은 8명(34.8%)에 불과했다. 남성 임원의 경우 사내이사 817명(50.1%), 사외이사 813명(49.9%)으로 비중이 엇비슷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