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갈등 속 韓 반도체, 피해 없도록 외교력 발휘해야

입력 2023-03-02 04:03

미·중 간 반도체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국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기 위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중국 공장의 생산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미·중 갈등의 여파로 한국 기업들이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건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면 향후 10년 간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180억 달러를 들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나,15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추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딜레마에 빠졌다. 미 정부의 보조금은 527억 달러에 달하고 25%의 투자세액공제도 제공된다. 이를 포기하자니 경쟁력이 떨어지고 보조금을 받자니 중국 투자를 포기해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에서 만드는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합치면 전 세계 생산량의 각각 70%, 50%다.두 기업의 중국 공장 비중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중국에서 철수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중국에서 신규 투자를 하지 못하면 기존 공장이 노후화됐을 때 대체 생산 기지를 중국 밖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도 한국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램리서치와 KLA 등 미국 기업들로부터 장비를 수입해 중국 내 반도체 생산 공정 업그레이드를 해왔는데 앞으로는 미 정부의 승인 없이는 중국 반입이 금지된다.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는 한국 기업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1년 간 유예조치를 받았지만 더 이상의 연장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2월 수출액은 59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42.5% 급감했다. 지난 1월에도 44.5% 감소한 반도체는 7개월 째 내리막길이다. 반도체 쇼크로 무역수지는 1년 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중국을 옥죄기 위한 반도체 전략의 피해를 한국 기업들이 입는다면 이는 미국이 의도한 바가 아닐 것이다. 정부는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미국 정부를 다각도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