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변화 더 강조 가장 전향적… 강제징용 협상에 긍정 영향 전망”

입력 2023-03-02 04:07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첫 3·1절 기념사를 두고 전문가들은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간결하면서도 비교적 평이한 기념사였다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관한 협상이 막바지 단계임을 감안해 의도적으로 이 사안을 언급하지 않고 일본이 협력 파트너임을 강조하면서 일본에 신뢰감을 주는 데 주력했다는 분석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의 변화보다 우리의 변화를 더 강조한 기념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를 들어 일본을 압박하기보다 우리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과거 대신 미래 지향으로 변화시킬 것을 강조했다는 뜻이다. 최 위원은 “일본에서는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강제징용 협상에 변화를 줄까 걱정이 많았다”며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이 이런 메시지를 던진 건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일본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다 빠졌고, 미래 지향적으로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하겠다는 가장 전향적인 기념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군국주의에서 벗어난 자유주의 국가로 규정했고, 이런 일본을 보편적인 국가로서 협력할 대상으로 확실하게 규정한 면이 가장 눈에 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본에 보내는 메시지적 측면이 강해 보인다”며 “강제징용 문제를 풀려면 일본이 사과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 먼저 메시지를 보냈고 일본이 이에 화답하라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이 이번 기념사를 계기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직접 사죄하거나 전범 기업이 피해자 배상에 참여하는 식으로 극적인 입장 변화를 보일지에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현재 양국 협상도 이 부분에서 교착상태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기념사에서 북한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점도 이례적인 부분으로 지목됐다. 북한의 호응이 없는 이상 우리도 유화적으로 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낸 한국 정부와 달리 북한은 3·1절을 맞아 반일감정을 고취시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거족적인 반일항쟁을 야수적으로 탄압한 반인륜죄악’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엄청난 죄악의 장본인인 일본은 지난날을 성근히 반성하지는 못할망정 우리 인민의 상처 입은 가슴에 칼질해대며 온갖 못된 짓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일제의 대학살 범죄를 끝까지 철저히 계산할 것이며 쌓이고 쌓인 원한을 반드시 풀고야 말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