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의 세상에서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서는 넘쳐난다. 한해 수십만 부씩 팔리며 출판계의 핵심 장르로 굳어진 지 오래다. 반면 세속적 성공이 아닌 영혼 그 자체를 위한 자기계발서는 손에 꼽는다. 기도와 말씀이란 신앙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하루의 삶을 신실하게 이끄는 신앙적 자기계발서는 없다시피 했다. 한국교회의 관심이 주로 교회 안에 치우쳐 교회 밖 성도들 생활의 디테일을 놓친 결과다.
‘생활수도사로 사는 하루의 기적’(비전북)은 영적 자기계발서라고 부를 만하다. 오규훈(65) 전 영남신학대 총장이 집필했다. 오 교수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유학길에 올라 미국 프린스턴신학교 시카고신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목회상담학을 공부했다. 한동대 교목실장, 장신대 목회상담학 교수, 서울 이문동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했다. 이번 책은 총장 4년 임기를 마치고 은퇴해 제주로 내려간 뒤, 그곳의 암 수술 환우들 재활을 위한 공동체에서 2년간 머물며 완성했다. 오 교수는 지난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교회의 외형적 성장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덜 강조된 내면의 영성 가꾸기에 도움이 되고자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책은 시편 90편 14절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이 우리를 만족하게 하사 우리를 일생 동안 즐겁고 기쁘게 하소서”로 시작한다. 출애굽을 이끈 모세의 기도문이다. 오 교수는 감사로 시작하는 새벽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오 교수는 “새벽 일찍 일어나는 삶은 남들이 마라톤 출발을 앞두고 준비 운동을 할 때, 나는 벌써 출발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머리를 깨우고 몸을 깨울 때 중요한 건 빈 마음에 말씀으로 하나님을 채우는 일이라고 했다. 내 기도보다 먼저 말씀을 읽는 일이다. 오 교수는 “하루에 시편 5편씩, 한 달이면 150편 끝까지 묵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암환우들과 생활할 때도 시편 묵상으로 새벽기도를 함께했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이어 인생의 목표를 떠올리며 말씀을 암송한다고 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더라.”(눅 4:18~19) 마음의 상처로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치유의 선물을 나누는 목회상담학자로서의 소명을 다시 떠올리는 시간이다.
새벽엔 몸을 위한 기도와 운동도 이어진다. 오 교수는 “영혼과 함께 몸을 중시하는 것이 균형 잡힌 믿음이고 지혜”라고 말했다. 인생 전체로 볼 때 운동이 최고의 투자이며 최고의 수익률을 거두는 일임을 강조한다.
나인 투 파이브의 낮 시간, 오 교수는 마음속 성경의 지도를 떠올릴 것을 촉구한다. 이어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엔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와 영성 일기 쓰기를 권한다.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성도들을 위해선 일단 좋았던 일, 좋지 않았던 일, 마음 다짐의 세 줄 쓰기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곧 기독교에서 말하는 감사와 회개와 실천이다. 오 교수는 “영성 일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삶은 바쁜 현대인들이 생활수도사로서 내면을 가꾸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21세기 거대한 물질문명 속에서 성도들의 신앙을 충분히 세울 수 있는가, 교회의 거룩한 영향력이 유지될 수 있을까 자문해 봅니다. 먼저 예수 그리스도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성도 개개인이 내면 영성을 통해 삶의 틀을 다잡는 일이 우선입니다. 그런 다음에야 공동체로서 한국교회가 세상을 향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