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섰던 하이브가 28일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공개 매수 마감일이었던 이날 SM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6% 이상 오른 12만7600원에 장을 마치며 하이브가 제시한 매수가(12만원)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기타 법인’이 이날에만 SM 주식을 1400억원어치가량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는데 금융당국은 공개 매수 방해 행위가 있지는 않았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이날 하이브 공개 매수 과정에서 SM 주식 매매량과 가격 흐름을 점검하며 불공정 거래가 있지는 않았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하이브가 이날 “지난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SM 주식 발행 주식 총수의 2.9%에 이르는 68만3400주의 비정상적인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니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하이브는 SM 주식 공개 매수를 방해하려는 특정 세력이 지난 16일에 이어 이날에도 대규모 매집에 나선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상장 주식의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나 위·수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SM 주가가 12만원 선을 넘기면서 공개 매수를 통해 SM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하이브 계획은 수포가 됐다. SM 주가가 하이브 매수가를 웃돌면 장내 매도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주주가 공개 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진다. 증권가에서는 SM 주가가 이달 15일부터 12만원 선을 넘긴 만큼 하이브가 공개 매수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하이브 공개 매수에 참여했던 주주도 마지막 날 주가를 보고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하이브는 앞서 사들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SM 지분 14.8%에 장내에서 25%를 추가로 공개 매수해 총 40%가량을 확보한 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이브가 공개 매수에 실패하면서 SM 경영권 분쟁은 2차전에 돌입했다. 시장 이목은 이 전 총괄이 SM을 상대로 제기한 카카오 대상 제3자 유상 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쏠린다. 지난 7일 카카오가 2170억원을 들여 SM 신주와 CB를 인수, 지분 9.05%를 확보한 데 문제가 있으니 무효로 해달라는 요구다. 법원이 이 전 총괄 손을 들어준다면 카카오의 SM 지분 확보는 실패하고 하이브가 우위에 서게 된다. 반대로 이 전 총괄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카카오가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김진욱 이광수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