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기 힘든 사람들” 위기의 민주, 계파갈등 후폭풍

입력 2023-03-01 00: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후 눈을 잠시 감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139표)이 반대(138표)보다 많았지만 가결 기준인 149표에 못 미쳐 부결됐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최소 31표의 반란표가 나오면서 이 대표는 ‘방탄’에는 성공했지만 정치적 코너에 몰리게 됐다. 최현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부결되자 민주당에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은 버려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비명(비이재명)계는 “당 지도부가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계파 갈등이 폭발 직전에 이르고 있다.

친명계 핵심 의원은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이재명을 즉시 끌어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 규모가 확실하게 드러났다”며 “이 대표가 이번 표결을 통해 그들에게 정치적 빚을 지지 않게 된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명계 의원도 “덕분에 앞으로 비명계 눈치 안 보고 당원만 바라보며 공천제도 개혁과 과감한 인재 영입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대표 측은 비명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이 대표 사퇴론에 대해서도 “비명계가 공개적으로 당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면 이 대표는 공개적으로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명계에 대한 친명계의 감정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당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의원총회에서는 한마디도 안 하다가 막상 표결에 들어가 의도적으로 이 대표에게 망신을 준 것 아니냐”면서 “어제 찬성표 던진 사람들은 거의 다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사람들은 더 이상 같이 가기 힘든 사람들이라고 판단했고, 기권과 무효표를 던진 중간지대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전날부터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색출한다며 ‘살생부’를 만들어 공유하고 문자 폭탄을 보내는 등 비명계 의원들을 공격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날 당 고위전략회의에서 “의원들 개인의 표결 결과를 예단해 명단을 만들어 공격하는 등의 행위는 당의 단합에 도움 되지 않는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당원들은 중단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고 안호영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비명계 내부에서는 이 대표와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지만, 표면적으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길’도 이날 열려던 만찬 집담회를 급히 취소했다. 한 비명계 인사는 “민감한 시기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어 이번 주 모임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무더기 반란표’로 인한 당내 갈등이 고조되자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표결 결과가 의총에서 모은 총의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표결 결과가 주는 의미를 당 지도부와 함께 깊이 살피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의 일로 당이 더 혼란이나 분열로 가서는 안 된다”며 “단일한 대오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이날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 급식 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며 민생 행보를 재개했다.

최승욱 이동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