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오천그린광장·시크릿가든, 하늘이 내린 정원

입력 2023-03-01 21:42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새로 조성중인 오천그린광장. 나선형 오천언덕이 이색적이다. 멀리 동천에는 ‘물 위의 정원’이 들어선다.

올해 봄 전남 순천이 들썩인다. 물과 숲에 둘러싸인 순천은 빼어난 자연경관은 물론 조상들의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힐링 명소다. 벌써 홍매화가 활짝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을 알리고 있는 가운데 오는 4월 1일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을 앞두고 있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5.4㎢(160만평)의 넓은 갈대밭과 22.6㎢(690만평)의 광활한 갯벌로 이뤄진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습지이자 생태관광 1번지다. 순천 사람들은 ‘하늘이 내린 정원’이라 부른다. 국내 제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정원은 생태 도시를 표방하는 순천의 자부심이다. 이곳에서 10년 만에 다시 정원박람회가 열린다. 산림청·전남도·순천시가 주최·주관해 ‘정원에 삽니다’를 주제로 10월말까지 7개월간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순천 도심 등 3개 권역에서 펼쳐진다.

2013년 정원박람회가 순천만습지의 항구적인 보전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박람회는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디자인해 정원 문화를 전 세계와 향유하고 기후변화 시대에 도시가 나아가야 할 표준을 제시한다. 마음과 건강의 해방구가 될 ‘웰니스(Wellness) 콘텐츠’를 강화했으며 무장애 친화 정원을 조성해 모두가 즐기는 열린 정원을 지향한다. ‘삶 속의 정원’을 모토로 박람회장은 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를 넘어 순천 도심까지 확대됐다.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빅 체인지 10’이 관심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도심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저류지를 시민들의 쉼과 소통의 공간으로 제공한 ‘오천그린광장’이다. 저류지에 사계절 잔디를 깔고 어싱길과 경관조명, 바닥분수 등을 연출했다. 두 개의 나선형 언덕인 ‘오천언덕’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1.2㎞에 달하는 국내 최대 마로니에 길까지 더해진다.

오천그린광장에 놓인 데크 길을 건너면 1㎞의 푸른 잔디 길 ‘그린아일랜드’로 이어진다. 차만 다니던 아스팔트 도로에 흙을 채우고 그 위로 푸른 잔디를 입혔다. 동천에는 ‘물 위의 정원’이 조성돼 동천변 경관과 어우러져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동천 건너 농경지는 논 아트, 화초류 등이 조성돼 330㏊(100만평) 규모의 ‘경관정원’이 된다.

정원드림호가 운행할 동천 뱃길.

고려 초 해룡산 해룡창(海龍倉)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동천 뱃길이 복원된다. 배를 타고 주변의 화려한 경관과 맑은 공기, 바람을 느끼며 낭만을 즐기는 생태문화 코스가 된다. 2.5㎞의 뱃길을 운행하는 ‘정원드림호’(12인승 4대·20인승 1대)를 타면 순천역 인근 동천테라스 선착장에서 동천출렁다리와 꿈의 다리 밑을 지나 국가정원까지 15분 동안 선상에서 정원 도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기존 순천만국가정원 내 동문 인근에 들어선 국가정원식물원. 바로 옆 미래정원을 즐길 수 있는 시크릿가든과 연결된다.

기존 국가정원 내에는 첨단기술이 접목된 미래 정원의 모습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국가정원식물원’과 ‘시크릿가든’이 동문 인근에 들어선다. 국가정원식물원은 순천의 산수(山水)를 표현한 입체적인 식물 전시공간으로 원시 정원, 열대 과수원, 복합문화공간 등을 갖춘다. 시크릿가든은 태양광 채광기술을 활용한 지하·에너지 정원이다. 빙하 정원, 햇빛 정원, 식물극장으로 꾸며진다. 우리의 인생 스토리를 담아낸 다양한 정원도 마련됐다.

국가정원 내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 가든스테이 지역.

국가정원에서 특별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가든스테이’도 주목된다. 국가정원 내 생태체험교육장과 동천 제방에 마련된다. 최고급 삼나무로 지어지는 캐빈하우스 35동 규모로 8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그동안 정원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었지만, 가든스테이를 통해 정원에서 글램핑을 하며 새로운 낭만과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순천에서 기른 최고의 식자재를 활용해 최고의 셰프가 제공하는 다양한 음식과 별미도 맛볼 수 있다.

자연을 감상하면서 쉼과 치유를 얻을 수 있는 웰니스 공간으로 국가정원과 오천그린광장, 순천만습지까지 8곳에 12㎞에 달하는 ‘어싱(earthing)길’이 조성된다. 지구의 치유 에너지를 우리 몸으로 받아들인다는 세계적인 치유법인 어싱(맨발 걷기)을 순천 곳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 특히 4.5㎞의 순천만습지 어싱길은 세계자연유산인 람사르 습지를 맨발로 걷는 생태 체험 길로 다양한 생물과 갯벌, 갈대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키즈가든’은 탁 트인 사계절 잔디광장으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이자 가족의 휴식처가 된다. ‘노을정원’은 노을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특별한 쉼의 공간으로 언덕 위 푸른 잔디에서 붉게 지는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개울길’은 왕버들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과 어싱길, 계절마다 다른 색을 피워내는 아름드리 꽃밭, 잔디광장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행메모
‘매곡길 196’ 홍매가헌·4일 축제
한정식·국밥·짱뚱어탕… 입 호강

수도권에서 자가운전으로 간다면 순천완주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쉽고 빠르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이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입장료는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어린이 8000원이다. 사전예매하면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순천시민은 절반 정도 할인된다.

홍매가헌은 ‘매곡길 196’을 찾아가면 된다. 탐매축제가 열리는 오는 4일 매곡동 일대에 교통이 통제된다. 매곡동에는 초창기 선교사들이 지은 병원과 학교, 기숙사, 사택 등이 있다. 당시 선교사들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순천기독교역사박물관도 들어서 있다.

순천에서 남도 맛의 진수를 볼 수 있다. 각양각색의 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한 먹거리가 풍부하다. 한정식과 백반은 나오는 반찬의 가짓수에 놀라고, 그 맛에 한 번 더 놀라고, 마지막으로 값을 치를 때 또 한 번 놀란다. 보통 토하젓·정어리젓·새우젓 등 각종 젓갈을 비롯해 음식 가짓수도 15개가 넘는다.

매곡동에서 가까운 순천 웃장이 서는 날은 매월 5일, 10일이다. 골목에 국밥가게가 즐비하다. 일반 국밥과는 달리 돼지 창자인 곱창을 재료로 사용하지 않고 삶은 돼지머리에서 발라낸 살코기만 쓴다. 국물 맛이 깔끔하고, 뒷맛이 개운한 게 특징이다.

해질 무렵 붉게 물든 순천만.

순천만 청정한 갯벌에서 사는 짱뚱어도 훌륭한 먹거리다. 전골로 끓이거나 구워 먹지만 순천에서는 탕으로 즐겨 먹는다. 추어탕처럼 삶아 체에 곱게 거른 뒤 육수에 된장을 풀어내 시래기, 우거지, 무 등과 함께 걸쭉하게 끓여낸다.





순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