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수 대표 적임자”… 與 당권주자 TK서 막판 표심잡기

입력 2023-03-01 04:07
김기현·천하람·황교안·안철수(왼쪽부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퍼포먼스를 위해 단상에 올라와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4인은 28일 당의 최대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서 저마다 자신이 ‘보수 적임자’라고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TK는 선거인단 83만9569명 중 21.03%를 차지하는 ‘보수 성지’여서 후보들의 신경전도 최고조에 달했다.

김기현 의원은 “윤석열정부를 탄생시킨 주인공이 바로 대구·경북 당원 동지 여러분”이라며 “국민의힘을 똘똘 뭉쳐 하나로 만들어 총선 압승을 기필코 해내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울산 KTX 연결도로 시세차익’ 의혹과 관련해서는 “(전당대회는) 집안싸움, 내부 총질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허무맹랑한 궤변은 그만하고 그 시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싸워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나(김기현·나경원) 연대’를 앞세우며 막판 승부수를 띄웠다. TK 지지층이 두꺼운 나경원 전 의원과 이날 일정에 동행하면서 ‘1강 굳히기’에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합동연설회 전 청년당원 지지 선언 행사에서도 “나 전 대표님과는 20년 동지”라며 “때로 큰일을 위해 본인의 판단을 뒤로 유보하면서 그야말로 선공후사한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김 의원은 본선에 오르지 못한 윤상현 의원에 대해서도 “나를 지지하기로 약속했다”며 “대통합을 위한 밑그림이 거의 다 그려졌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 의원은 국민일보에 문자메시지로 “중립”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2박3일간 TK에 머무르며 밑바닥 표심을 끌어모은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의원은 2020년 대구에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의료 봉사를 다녀온 인연을 부각시켰다. 안 의원은 “대구는 시민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지킨 소중한 곳”이라며 “기저질환이 있었던 내 아내와 나는 (2020년) 3월 1일 새벽에 바로 대구로 와서 목숨을 걸고 20일간 의료 봉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전날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 내 이탈표가 대거 발생한 것을 들며 ‘포스트 이재명’의 등장이 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민주당은 개혁의 걸림돌이었던 이재명을 극복하고 혁신적인 총선을 준비하려 할 것”이라며 “특히 민주당은 청렴하고 혁신적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금 시대가 국민의힘에 요구하는 것은 바로 개혁성의 회복”이라며 “김기현 체제로는 대통령을 향한 공세도 막을 수 없고 김기현 후보에 대한 공세도 버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구가 고향인 천하람 후보는 TK 의원들을 정조준했다. 천 후보는 “지금 대구·경북 민심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권력 암투와 이재명의 부도덕보다도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보신주의와 무능함을 지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 당대표 불출마 요구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TK 의원 13명을 나열했다.

황교안 후보는 이날도 김 의원의 울산 땅 의혹을 거론하며 “김기현 후보가 우리 당 대표가 되는 순간 민주당이 쾌재를 부를 것”이라며 “당과 대통령을 위해 사퇴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 후보 지지자 등 약 5000명이 집결한 행사장에선 진영 간 기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황 후보 측 지지자들은 김 의원이 연설을 시작하자 “사퇴하라”고 고성을 질렀다.

박민지 기자, 대구=박성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