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무더기 반란표’ 사태에도 민생 행보를 재개했다. 민주당은 당내 소통을 강화하며 계파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는 한편 민생문제 해결에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8일 오전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을 방문해 급식 노동자의 건강문제를 점검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급식 노동자 10명 중 3명 정도가 폐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힘겨운지 잘 보여준다”면서 “학생들의 영양과 건강을 책임지는 조리실에서 삶과 생명을 위하는 일이 오히려 사람의 생명을 갉아먹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급식시설을 둘러본 이 대표는 학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 하는 문제보다 물가도 잡고 경제도 개선하고 사람들의 삶도 낫게 만드는 문제에 많이 관심을 가지시길 바란다”며 윤석열정부의 ‘민생 무능’을 지적했다.
이 대표가 전날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무더기 이탈표’가 쏟아졌음에도 곧바로 민생현장 일정을 소화한 것은 당대표로서 의연함을 보이며 ‘민생 최우선’ 기조로 당내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체포동의안이 민주당 의원들의 힘으로 부결됐다는 결과가 중요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다시 ‘쌍특검’(50억 클럽 특검·김건희 특검)과 민생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면 위로 올라온 계파 갈등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민주당 의원의 20%에 달하는 30여명이 전날 ‘부결 대오’에서 이탈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전날 본회의가 끝난 뒤 “당내와 좀 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 힘을 모아 윤석열 독재 정권의 검사 독재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전날 이 대표와 당 지도부의 만찬 자리에서도 몇몇 최고위원이 당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당내 갈등이 더 첨예화될 가능성이 큰데 총선을 앞두고 가장 안 좋은 그림”이라며 “이 대표의 노력에 따라 당 분위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의 다른 관계자는 “기권·무효표를 던진 의원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분석해야 한다”며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불안과 불만을 없애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