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끝장 소송전, 20%도 못 이긴다

입력 2023-03-01 04:05

학교폭력(학폭) 가해 학생 상당수가 ‘끝장 소송전’에 나서고 있지만 승소율은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가해 학생의 학교폭력 행정소송 승소율은 17.5%에 그쳤다. 2020년부터 지난해 8월 31일까지 가해 학생 측이 제기한 행정소송 건수는 모두 325건에 달했는데, 승소 건수는 57건에 불과했다. 학생부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징계 조치사항이 기재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해 학생 측이 대리인을 선임해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법원에서 가해 학생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사례는 흔치 않은 것이다.

승소율이 높지 않은데도 가해 학생 부모들은 적극적으로 긴 법정 다툼에 뛰어들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학폭 행정소송에서 법률대리인이 선임돼 있어도 부모들이 직접 법정에 나와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꽤 많다”고 했다. 자녀와 관련된 민감한 문제다 보니 출석 의무가 없는 당사자들이 직접 법정에 나와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학폭위가 학폭 사건에 대해 사실상 유사 재판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법률 전문기구는 아닌 만큼 법원 판단을 구하겠다는 부모도 많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도 학폭위의 학급교체 등 처분은 위헌이라며 가해 학생 측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가해 학생 A군 등이 2019년 “학교폭력예방법 17조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청구인들은 학폭위 요청대로 학교장으로부터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학급교체 등의 처분을 받았는데 이 같은 절차의 근거 조항이 “사죄를 강요해 가해 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서면사과 조치는 단순히 의사에 반한 사과명령의 강요가 아니라 가해 학생에게 스스로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반성과 사과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적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접촉금지에 대해서는 “피해 학생과 신고한 학생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 학급교체에 대해서는 “지속적 학교폭력 위협에서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했다.

다만 이선애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은 “가해 학생의 반성과 사과는 일방적 강요나 징계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형민 박재현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