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우편을 보내는 행위를 막는 규정이 관련 법 조항에 없다고 해도 해당 법을 위헌으로 볼 수는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가정폭력처벌법의 피해자보호명령 조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관 9명 중 4명이 합헌, 5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지만 정족수에 미치지 못했다.
A씨는 아버지로부터 폭언과 욕설, 협박 등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다며 100m 이내 접근금지,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접근금지, 우편에 의한 접근금지 등의 피해자보호명령을 내려 줄 것을 법원에 청구했다. 법원은 우편을 뺀 부분 청구만 받아들였다. A씨는 우편에 의한 접근금지 규정이 없는 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해당 조항은 피해자보호명령 방식으로 주거 격리,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친권행사 제한만을 두고 있다.
합헌 의견을 낸 유남석 소장 등은 “피해자보호명령은 가정폭력 행위자가 피해자와 시간·공간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돼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할 때 실시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전기통신 매체와 우편은 긴급성·광범성·신속한 조치의 필요성 등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석태 재판관 등 재판관 5인은 “해당 조항이 우편 이용 접근금지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며 위헌성이 있다고 봤다. 우편을 통한 접근이 피해자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볼 사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법적 공백이 발생하게 되니 헌법불합치 결정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헌법불합치는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하도록 시한을 정해 조항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