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까운 몇 해 안에 농업 생산에서 근본적 변혁을 일으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농업 발전 토대를 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농업 발전 방안과 관련해 “당면 과업들과 과학적인 전망 목표, 실현 가능성이 철저히 담보된 방도들을 찾는 것이 이번 확대회의의 기본 목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최근의 식량난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농업 생산의 근본적 변혁’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식량난을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최근 부촌으로 꼽히는 개성에서도 아사자가 발생하고, 평안도·황해도 교화소(교도소) 수감자들이 식량 부족을 이유로 집단탈출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실현 가능한 농업 발전 방안을 찾겠다며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냈지만 당장 식량난이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 식량난과 농촌 문제의 핵심은 인프라에 있다”며 “농업 현대화와 영농 기술의 도입, 기자재 투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상 급격한 발전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전당에 강력한 영도체계가 서 있고 전체 인민의 단결된 힘이 있는 한 못해낼 일이 없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양 총장은 “일선 조직과 주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압박하는 듯한 인식을 주기 때문에 근본적 문제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줄곧 해외원조를 통한 식량난 해결에는 강하게 반대하며 자력갱생을 강조해 왔다.
북한 내부의 민심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최근 공개 석상에 자주 등장시킨 점이 ‘역풍’을 맞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주애의 고급스럽고 유복해 보이는 외양이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주민들은 선전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자제분(김주애)의 하얗고 포동포동한 얼굴을 보면서 식량이 부족해 하루 세끼도 제대로 못 먹는 서민 자식의 깡마른 얼굴과 너무 판이하다며 화가 치민다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평안북도의 소식통도 “자제분의 모습을 눈여겨본 주민들은 ‘얼마나 잘 먹었는지 얼굴이 뽀얗고 달덩이 같다’는 말을 가까운 사람끼리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RFA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달부터 6개월간 대북 식량 지원을 위해 1300만 달러(약 171억원)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