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전원회의와 소회의를 통해 심결을 내린다. 전원회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중요사건에 한해 열린다. 중요성을 고려해 전원회의 의장은 공정위원장이 맡는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개최된 13차례의 전원회의 중 5차례나 불참했다. 그중 설득력 있는 불참 사유는 1건 뿐이다. 취임 후 12일 만에 전원회의가 소집돼 심의 안건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설명이었다.
그 외 불참 사유는 설득력이 낮다. 전통시장 및 복지시설 방문, 경제정책 방향 회의 등을 공정위에서 불참 사유로 설명하자 공정위 안팎에서는 각종 해석이 나왔다. 대부분은 예민한 사안에 한 위원장이 부담을 느껴 불참한 것으로 이해했다. 공식 일정을 명분으로 전원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공정위는 한 위원장의 전원회의 불참을 ‘심의의 공정성’으로 포장했다. 국민일보가 지난달 27일 한 위원장의 낮은 전원회의 출석률을 지적하는 기사를 보도하자 공정위는 “전원회의는 심의의 공정성을 최선의 가치로 해 운영되고 있어 개별 위원 출석 여부보다 해당 심의의 공정한 진행 여부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공정위의 이런 설명은 오히려 한 위원장이 참석해 온 전원회의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한 위원장이 없어도 다른 위원들이 공정하게 심의를 하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성실하게 전원회의에 참석해온 위원들이나 전임 공정위원장들도 머쓱하게 만드는 설명이다.
전원회의에 참석도 하면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의 역할도 다할 방법이 있다. 전원회의 기일을 변경하는 것이다. 공정위 규칙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공정위원장은 사건 당사자, 이해관계인과 조절해 심의 기일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번 공정위원장의 일정에 맞춰 전원회의를 진행해야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항상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피심인들도 위원장의 불참보다는, 조금 늦지만 위원장이 제 역할을 다하는 심결을 기대할 것이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