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미국에서 모델3의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추고 있다. 미국 소비자는 다음 달 출시 예정인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6(사진)보다도 더 적은 돈을 주고 모델3를 살 수 있게 됐다. 아이오닉6로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려던 현대차 입장에서는 맥이 빠지는 상황이다.
28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에서 모델3 후륜구동 모델을 4만2990달러(약 5672만원)에 팔고 있다. 전기차는 통상 배터리 가격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다. 그런데 모델3는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미국 신차 평균 가격(4만9388달러)보다도 6000달러 이상 싸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실제 구매가격은 3만5550달러(약 4690만원)까지 떨어진다.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공급난이 촉발한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 이전보다 저렴한 ‘역대 가장 싼 가격’이 됐다.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인해 판매량이 급감하자 내린 결정이다. 실제로 가격을 인하하자마자 모델3의 판매량은 2배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 1위다. 시장지배자의 가격 정책은 경쟁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테슬라가 모델3의 가격을 내리자 포드는 전기차 머스탱 마하-E의 가격을 기존보다 최대 5900달러(약 730만원) 인하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역대 최저가’인 모델3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특히 현대차는 첫 전기 세단 아이오닉6의 미국 판매를 앞두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출시한다. 가격은 트림에 따라 4만1600~5만6100달러(약 5422만~7311만원)로 책정했다. 대부분 트림이 모델3보다 비싸다. 아이오닉6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걸 고려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에서 전기차 5만8028대를 팔았다. 전년 대비 196.2% 증가하며 테슬라(49만1000대)와 포드(6만1575대)에 이어 전체 3위 자리를 꿰찼다.
아이오닉5와 EV6 등을 선봉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6를 투입해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모델3를 넘는 가격으로 인해 목표 달성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와 달리 다른 업체는 전기차 마진율이 낮기 때문에 가격을 무작정 내리기도 힘들다. 아이오닉6의 성적표는 받아봐야 알겠지만 모델3의 가격 인하가 악재인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