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IBK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를 압수수색했다. 해당 증권사 리서치센터 전·현직 애널리스트들은 2차전지 관련 종목인 포스코케미칼의 대규모 수주 정보를 공시 전에 입수해 선행매매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선행매매는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임직원이 정보를 먼저 취득해 발표되기 전에 매매를 하거나 제3자에게 이를 권유하는 행위를 뜻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전날 IBK증권과 DB금투에 수사관을 파견해 선행매매 혐의를 받는 애널리스트 3명에 대한 리서치 자료와 매매자료 등을 확보했다.
선행매매 의혹을 받는 애널리스트들은 사전에 확보한 정보를 기반으로 차명계좌를 통해 포스코케미칼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행매매는 개인투자자 등 고객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달 30일 삼성SDI에 40조 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한다고 공시했다.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로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한다. 이번 계약은 포스코케미칼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그만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주가는 공시 전부터 급등했다. 포스코케미칼이 공식적으로 수주 소식을 알리기 나흘 전인 1월 26일 포스코케미칼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14.06% 뛰었다. 포스코케미칼은 시가총액이 17조 원대로 코스피 시총순위 19위 기업이다. 시총이 큰 종목인 만큼 특별한 뉴스나 공시 없이 두 자릿수 상승을 보이는 일은 국내 증시에서 드문 일이다. 이날 거래량 역시 241만8239주로 전날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주가 상승률과 거래량 모두 올해 들어 최대치였다. 이날은 실적공시를 하루 앞두고 있었지만 다음날인 27일 발표된 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8.5% 줄어든 85억5500만원을 기록해 실적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규모 수주 소식에 탄력을 받은 포스코케미칼의 주가는 2월 10일 장중 24만3500원을 찍으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주가 급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달 25일 종가에 매수해 전날 종가에 팔았다 하더라도 20%가 넘는 수익을 실현 할 수 있다.
증권사 선행매매는 2019년 7월 금감원 특사경 출범 이후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DS투자증권 리서치의 수장인 센터장이 선행매매 논란으로 업계 전반의 신뢰를 추락시켰다. DS증권 전 센터장은 특정 중소형주 종목에 대해 보고서를 쓰고 해당 종목을 매매해 수익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답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IBK증권 관계자는 “선행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DB금투 직원이 과거 IBK증권에 일한적이 있어 관련해 압수수색이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