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올리면 유명인 중에서 닮은 사람을 찾아주는 재밌는 스마트폰 앱이 있다. 책방에 온 손님은 자신이 영화배우 최민식씨와 닮은 것으로 나왔다며 내게 자랑했다. 그러나 나는 선뜻 그 앱을 사용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닮은꼴이라면 나름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오빠야’라는 노래가 히트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혼성듀오 ‘신현희와 김루트’라는 밴드가 있었다. 이들은 2019년 팀 해체 이후 각자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한창 인기가 있던 때 사람들은 나를 김루트씨로 자주 착각해서 몇 번 해프닝이 있었다. 둥근 안경과 모자를 쓰고 다닌 게 오해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딱히 싫지는 않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종종 개그맨 김경진씨나 ‘노라조’로 활동하는 가수 조빈씨 아니냐는 소리를 듣고 있었기에 김루트씨라고 해서 크게 마음의 동요가 일어난 건 아니다. 여태 평범하게 생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왜 사람들은 나를 개그 콘셉트 연예인으로 보는 걸까.
어쨌든 김루트씨의 활동이 뜸해지면서 차츰 나의 외출시간도 평화를 되찾는가 싶었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에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내게 걸어오더니 이러는 거다. “가수 김루트씨 맞으시죠? 팬입니다! 요즘 활동이 너무 뜸하시네요. 악수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순간 당황했지만 상대가 너무 밝게 웃으면서 손을 내밀고 있기에 나도 모르게 악수를 하고 말았다.
“요즘 앨범 작업 중이라서요. 곧 활동 시작할 겁니다. 고맙습니다.” 맘 같아선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남을 사칭하는 건 안 될 일이라 “죄송한데요, 저 김루트씨 아닙니다”라고 했다. 우리는 몇 초 동안 어색한 침묵에 얼어붙었다가 멋쩍게 웃었다. 그는 “워낙 닮으셔서…. 죄송합니다”하고는 후다닥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따져보면 김루트씨보다 내가 나이가 많으니 김루트씨가 나를 닮은 것 아닌가? 둥근 안경과 모자 역시 내가 먼저 하고 다녔으니까 그런 스타일도 내가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이쯤에서 고백하자면 사실 나의 이 둥근 안경과 긴 머리 그리고 모자는 대학생 때 비틀즈의 존 레넌을 좋아해서 그를 따라 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아무도 나를 보며 존 레넌을 떠올리는 사람이 없었다. 제일 많이 들은 말이 개그 콘셉트 연예인 닮은꼴이라니, 허탈하다.
이런 이유로 스마트폰 닮은꼴 찾기 앱은 내게 두려운 기능이다. 마음은 간절하게 존 레넌을 기대하지만 결과는 누가 나올지 뻔하니까.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유명 연예인, 아니 유명 헌책방 주인장이 되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고 가는 김루트씨를 보고 “헌책방 주인 윤성근씨죠? 반갑습니다!”라며 인사하게 되는 날을 상상한다. 개그맨 김경진씨와 가수 조빈씨도 그런 상황에 대비해 미리 긴장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개그 콘셉트가 아니라 존 레넌 스타일을 따라 한 겁니다. 믿어주세요.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