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예상 밖의 무더기 이탈표가 나오자 민주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게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으로 평가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7일 국회 표결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을 두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도하고 부당한지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면서 “법치를 가장한 윤석열 정권의 사법 사냥과 야당 탄압에 결연히 맞서 이겨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친명(친이재명)계는 체포동의 반대표가 170표 이상 나올 것으로 확신했지만 140표에도 못 미치면서 격랑에 휩싸인 것이다. 친명계 강경파인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체포동의안 부결, 그러나 이탈표가 상당해 여러 고민이 드는 결과”라고 적었다. 다른 민주당 의원도 “전체적으로 예상 밖”이라며 “약간 충격적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치적 승리’라고 자평하며 기세가 올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비록 부결됐지만 이재명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이고 사실상 가결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이철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피의자 이재명은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전주혜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정치적으로 승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재명 리더십에 금이 가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 내내 신경전을 이어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약 15분간 체포동의 이유를 설명할 때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적당히 하라”는 고성이 쏟아졌다.
한 장관은 대장동 의혹 등에 대해 “영업사원이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원에 판 것”이라고 비유했고 “(이 대표가 말한)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 손해’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체포동의안은 다른 국민과 똑같이 ‘판사 앞에 나오게만 해 달라’는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표결 전 신상 발언에서 “영장 혐의 내용이 참으로 억지스럽다. 주거부정이나 도주, 증거인멸 같은 구속 사유도 전혀 없다”며 “수사가 사건이 아닌 사람을 향하고 있다. 목표물을 잡을 때까지 하는 사법 사냥”이라고 비판했다.
개표 과정에선 ‘무효표’ 논란으로 여야가 맞붙으면서 개표가 한동안 중단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부냐, 무효표냐를 판가름하기 힘든 중간 영역의 표가 두 개 나왔다”며 중재에 나섰다.
이날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상정은 보류됐다. 민주당이 표결에 부치려 했으나 김 의장이 제동을 걸었다.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격상하고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이날 통과됐다.
박민지 구자창 박성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