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숙원 풀었지만… 환경단체 “국립공원 팔아치워” 반발

입력 2023-02-28 04:06

40년간 논란을 거듭했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환경부의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사실상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이르면 연내에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는 “환경부가 국립공원을 팔아치웠다”고 맹비난하며 이번 결정이 국립공원 난개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 차례 평가 끝에… 강원도 “연내 착공”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27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부 사항을 보완하는 조건으로 해당 사업에 동의한다는 의미다. 환경청은 “2016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환경영향평가서가 제출됐고, 재보완서(3차 평가서)에 제시된 환경영향 조사·예측 및 저감방안의 적정성 등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양양군은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의 위치를 해발고도 1480m에서 1430m로 하향 조정해 기존 탐방로와 정류장의 거리를 더 넓히기로 했다. 탐방객이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산양 등 법정보호종에 대한 현장조사를 병행해 서식 현황자료를 추가 제시했다. 소음·진동을 줄이기 위한 방안과 시설 안전대책 등도 보완했다.

환경청은 여기에 더해 법정보호종에 대한 공사 전·중·후 모니터링, 법정보호 식물과 특이 식물에 대한 현지조사, 상부정류장 구간 규모 축소방안 마련, 풍속 기준 강화 등을 주문했다. 강원도는 이런 조건을 전격 수용하고 남아 있는 11개 인허가 절차를 빠르게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환경영향평가 기간이 길어지면서 충분한 재원을 마련했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남은 절차를 신속히 밟아 연내 착공하겠다”고 말했다.

“난개발 시작” 환경단체 강력 반발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 1982년부터 추진됐지만 환경 훼손 문제로 사업이 무산되길 반복했다. 양양군은 ‘대청봉~관모능선’이었던 케이블카 노선을 ‘오색지구~끝청’으로 변경한 끝에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얻었다. 하지만 2016년 문화재위원회가 ‘부결’, 2019년 원주지방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통보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양양군은 포기하지 않고 환경부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2020년 말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양양군 손을 들어줬지만 2021년 환경부는 또다시 ‘재보완’ 결정을 내렸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태 강원지사가 후보 시절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추진을 약속하면서부터다.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의 정책과제로 추진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사업이 반드시 진행되도록 환경부에 확인하겠다”고 언급했다.

가까스로 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넘으면서 케이블카 설치는 탄력이 붙게 됐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는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천연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이다. 환경단체들은 설악산 국립공원의 상징성을 강조하며 이번 결정이 전국적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등 환경단체는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설악산을 제물로 삼았다”며 “환경부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국립공원을 팔아넘긴 파렴치한 집단”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설악산을 시작으로 전국의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이 열릴 것”이라며 “이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판단하고 강력한 저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흑산공항 건설을 위해 해당 부지를 다도해국립공원에서 제외키로 한 것과 맞물려 정부가 국립공원 보전을 포기했다는 비판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논평을 내고 “환경부인가 ‘환경파괴부’인가”라며 “개발 논리에 휘둘린 환경부가 결국 백두대간 핵심보호지역을 스스로 파괴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박상은 기자, 춘천=서승진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