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신히 부결되면서 이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의 당 장악력이 예상보다 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이재명 흔들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표결 직전까지만 해도 ‘단일대오’를 천명하며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다. 당 지도부는 이탈표가 나오더라도 10표에 못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최소 31표의 반란표가 쏟아지면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자진사퇴하라는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번 표결 전에 ‘체포동의안 부결 뒤 사퇴론’을 제기했다. 검찰이 ‘살라미(쪼개기) 전술’로 추가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경우 선거 패배에 대한 공포감이 민주당 내부에서 높다.
재판 참석은 실질적인 문제다. 이 대표는 다음달 3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및 백현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관한 1차 공판기일에 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1야당 대표가 재판장에 불려갈 경우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또 공판 준비와 법정 출석으로 인해 당대표로서 당무 수행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할 경우 출석해야 하는 재판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당헌 80조’는 계파 갈등의 화약고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 당헌 80조를 개정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되, ‘정치보복’으로 인정되면 당무위 의결을 거쳐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이번 표결 결과 ‘정치보복’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들이 당내에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당헌 80조 적용을 놓고 당내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방탄’이라는 정치적 역풍도 걱정거리다. 이미 지난해 12월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정치권 내에서 강력한 비판이 제기됐다.
총선을 앞두고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당 지지율도 이 대표에게 ‘비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 지지율이 최근 여당에 열세인 것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따른 컨벤션 효과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총선 1년을 앞둔 오는 4월까지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 대표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