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테크의 관건은 자산을 얼마나 잘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와 국내 경기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대부분이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는 시중 자금이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에서 안전한 예·적금, 채권 상품 등으로 대거 이동하는 ‘역머니 무브’ 현상이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기가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하반기부터는 예·적금이나 채권에 몰렸던 자금이 다시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예·적금 상품에 쏠리는 시선
28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20~64세 금융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는 안정적으로 저축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이 65%로 나타났다.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준비하겠다”(22%)의 3배에 육박했다. 올해 관심이 가는 금융 상품으로는 ‘안정형 저축’을 꼽은 응답자가 47%로 가장 많았다. 재정 관리를 위한 목표를 묻는 설문에도 ‘소비·지출 절약’ 응답률이 61%로 가장 높았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올해 주목되는 키워드는 예·적금이다. 특히 올해는 온라인 예·적금 중개 서비스가 도입돼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찾기가 쉬워진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신한은행과 네이버파이낸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NHN페이코, 뱅크샐러드, 줌인터넷, 핀크, 깃플, CB파이낸셜 9개사를 금융 서비스 사업자로 지정하고 예금 중개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예·적금 금리를 확인하려면 개별 금융사 홈페이지에 일일이 접속해야 하는데 오는 6월부터는 9개사가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에서 한꺼번에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예금 중개 서비스 입점 시 각 금융사가 물어야 하는 수수료 탓에 초기 호응도가 저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예·적금 금리가 하락 추세인 점도 변수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대표 예금 상품 최고 금리는 연 3.55~3.7%로 집계됐다. 4대 시중은행 예금 상품 최고 금리는 지난해 11월 최고 연 4.98%까지 상승했었는데 3개월 새 1% 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특히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만큼 예·적금 금리가 앞으로 재차 오르기는 힘든 상황이다.
신상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비자데이터분석팀 수석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예·적금과 채권으로 이동했던 시중 자금 일부가 최근 주식, 부동산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올 한 해는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예·적금을 포함한 안정형 상품에 관심을 두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채권 시장
안정형 상품 중 채권의 경우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채권 가격이 당분간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서다. 특히 이달 채권 시장은 강세장과 약세장을 오가며 지극히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내달 중 채권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기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다시 인상되더라도 0.25% 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보이고 내년까지의 방향성은 인하로 예상되므로 채권 금리가 크게 상승할 위험도 없다는 것이 증권가 분석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글로벌채권팀 수석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는 당장 크게 하락하기도, 상승하기도 어렵다. 당분간 3·10년물 모두 3.5~3.8% 범위 안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고채 금리가 박스권에 갇힌 동안 금리가 높은 채권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며 “당분간 고금리 크레디트물(회사채) 위주로 채권 투자를 이어가되 2분기를 지나면 듀레이션(만기)을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주식의 경우에도 당분간 코스피가 2500선을 넘기는 쉽지 않은 형국이다. 한국 기준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미국 달러화 가격 반등이 나타나면서 대형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금 유입 강도가 약해졌다. 증시 상단을 밀어 올릴 반도체 업종의 이익 바닥이 완전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가 2500선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네 차례 나타났지만 목표선에 접근할수록 하락한 종목 수가 많아졌다.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팀장은 “당분간 코스피 2500은 강한 저항선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단기 투자 상품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경기 침체기에는 금융 변동성이 커 방망이를 짧게 쥐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머니마켓펀드(MMF)와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 채권형 ETF, 주가연계사채(ELB), 단기 발행 어음 등이 대표 상품이다. 특히 대표 단기 투자 상품으로 꼽히는 MMF는 지난해 10월 10조7870억원이었던 잔액이 12월 30조2450억원으로 불어나는 등 증가세가 뚜렷하다. 최근 하루만 맡겨도 금리를 계산해 지급하는 파킹 통장이 금융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펀드의 경우에도 이자를 매월 지급하는 상품을 찾는 금융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