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정부 물가 안정책의 ‘행동대장’으로 나섰다. 공정위는 27일 주요 시중은행 6개사와 이동통신 3개사에 대한 동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이같은 동시다발적 현장조사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대통령 지시에 따른 ‘보여주기’식 조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소속 조사관들은 이날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 6개사 본사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조사관들도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등 이동통신 3사 본사 현장을 찾았다. 공정위는 다음달 초까지 일주일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날 조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독과점 폐해를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 짙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모든 수단을 열어놓고 통신 시장 과점 해소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 “통신·금융사의 과도한 지대추구를 막을 방안을 강구하라”고 당부했다.
공정위는 통신 3사가 과점 구조를 활용해 알뜰폰 시장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통신 3사의 자회사인 알뜰폰 사업자 5개사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7.1%에서 2021년 50.8% 치솟았다. 공정위는 통신 3사 요금제 책정 과정의 담합 여부 등도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이날 함께 현장조사를 벌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등 관련 협회를 통한 정보공유, 보조금 경쟁제한, 요금경쟁제한 등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공정위는 6개 시중은행에 대해서는 대출금리와 고객 수수료 산정 과정에서 담합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다만 공정위의 전방위적 조사가 성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공정위는 2012년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SC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며 4년간 조사를 벌였으나 2016년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심의절차 종료는 피심인에 대해 제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낸 셈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에도 정유사·주유소의 담합을 적발하겠다며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함께 ‘정유사·주유소 시장점검단’을 가동했다. 점검단은 22차례에 걸쳐 고가 주유소 60개를 대상으로 인근 주유소와 기름값을 짬짜미 했는지 현장 점검했으나 담합 행위는 적발되지 않았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