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전장연 스티커 전쟁… 청소노동자 “5개 떼기도 힘들어”

입력 2023-02-28 04:06
서울메트로환경 소속 청소노동자와 지하철 보안관 등이 27일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부착한 스티커를 떼고 있다. 이한형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주장하며 지하철 역사 바닥과 벽면에 붙인 스티커 제거 작업에 나섰다. 전장연 측은 “스티커를 단순 쓰레기 취급해 유감”이라며 스티커 붙이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27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는 서울메트로환경 소속 청소노동자와 지하철 보안관, 안전요원 등 30명이 모여 스티커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비장애인만 타는 차별 버스 OUT’ ‘장애인 권리 무정차 하는 윤석열정부와 서울시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승강장 벽면을 가득 채운 상황이었다. 전장연은 2021년 12월 지하철 시위를 시작한 이후 종종 역사 바닥·벽면이나 전동차 내부에 요구 사항을 담은 스티커를 부착해 왔다.

청소노동자 유모씨는 “스티커가 잘 떨어지지 않아 1시간에 5~6개를 떼기도 힘들다”며 “매일 스티커를 긁어내느라 팔이 너무 아파 팔목 보호대를 차고, 한의원과 정형외과를 들락거린다”고 호소했다. 공사 측 관계자는 “제거 작업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이 하기도 어렵다”며 “역사 청소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60대인데 어르신들이 하기엔 과도한 업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노동자 이모씨는 “우리끼리는 이 스티커를 ‘좀비 스티커’라고 부른다”며 “8년째 역사 청소을 하고 있지만, 제거 전용 약품을 써도 이렇게 안 떨어지는 것은 처음 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전장연 측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스티커 전단을 계속해서 붙일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22년 동안 외쳐도 해결되지 않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외침이 담긴 스티커”라고 주장했다. 공사 측은 “계속해서 붙인다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이가현 조수근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