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무더기 이탈표의 경고

입력 2023-02-28 04:02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후 눈을 감고 있다. 최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에서 가까스로 부결됐다.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될 것이라는 민주당의 예상은 빗나갔다.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였다. 체포동의안 찬성이 반대보다 많은 부결이었다. 169석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반대표와 기권·무효표가 무더기로 나왔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부결이라는 목적을 달성했지만, 정치적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고도 없는 지역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선출됐고, 2개월 뒤에는 당대표에 출마해 당선됐다.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몰아세우고, 구속영장은 불체포특권으로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전당대회 직전에는 ‘당직자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을 때 직무를 정지한다’는 당헌까지 개정했다. 체포동의안 투표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것은 이런 정치 노선에 대한 불만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의 부당한 탄압으로부터 국회의원의 자율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특혜였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불체포특권은 범죄 혐의가 짙은 국회의원들이 사법 절차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다. 지난 대선 때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했던 이 대표는 자신이 체포동의안의 당사자가 되자 입장을 바꿨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야당 대표나 국회의원의 활동과 관련된 것들이 아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일어난 각종 비리와 관련된 혐의들이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수도 있고,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 하는 방법도 있겠다. 다만 제1야당 대표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신속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여야도 ‘이재명 수사 정국’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할 때가 됐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여야는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민주당은 장외 투쟁까지 벌였다. 체포동의안 국면도 정리된 만큼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명목으로 한 대정부 투쟁을 중단해야 한다. 국민의힘 역시 원내 1당인 민주당과의 협치를 모색할 때다. 대한민국 정치가 언제까지 대장동 수사에 발목이 잡혀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이번 체포동의안 투표를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은 ‘국회의원이 투표도 제대로 못 하느냐’ ‘국회가 무효표 판정도 제대로 못 하느냐’고 묻고 있다. 여야 모두 반성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