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35)씨는 지난해 1월 시중은행에서 1억6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연봉 5000만원의 최씨로서는 한 해 수입 3배가 넘는 빚을 진 것이다. 그는 이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에 그간 모아둔 적금까지 깨서 경기도 수원의 한 지식산업센터 입주권 계약을 3억9000만원에 체결했다. 한 공기업에 다니고 있는 자신의 월급으로 다른 재테크를 하기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서 매달 50만원가량의 이자를 갚아야 해 부담스럽다”면서도 “내 집 마련을 위한 목돈을 조성하려면 무리해서라도 부동산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 영향으로 연소득 3배 이상(DTI 300%)의 빚을 지고 있는 19~39세 청년이 21.7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5명 중 1명 이상은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에 나선 상황이라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연소득 3배의 빚을 진 청년가구주의 비중은 8.37%에 그쳤다. 10년 새 2.6배 급증한 것이다. 보고서는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청년이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8455만원(2021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부채가 있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하면 평균 부채액은 1억1511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상환 능력이 담보되지 않은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소득 대비 전체 부채를 상환하는 비율(DSR)이 30% 이상이고, 자산 대비 부채비율(DTA)이 300%인 경우를 위험한 상태로 간주했다. 청년 가구 중 DSR이 30%를 넘는 비율은 2012년 15.74%였지만, 2021년에는 약 10% 포인트 상승한 25.78%를 기록했다. DTA가 300% 이상인 비율도 11.77%(2012년)에서 16.72%(2021년)로 껑충 뛰었다. 특히 DTI와 DSR, DTA가 모두 위험군인 경우는 2012년 2.79%에서 2021년 4.77%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보고서는 무리하게 빚을 낸 이유로 집값 급등과 부동산 투자 열풍 등을 꼽았다. 실제로 청년 가구주 평균 부채액 8455만원 중 79%가량은 금융기관 담보대출이었다. 보고서는 “주거 목적이 아닌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투자를 위한 부채가 늘어나는 현상이 보인다”며 “영끌과 빚투로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구매한 이들은 향후 자산 감소, 부채 증가 등으로 사회적 약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