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어 노키아도… 스마트폰 제조업체 중국서 발 뺀다

입력 2023-02-28 04:06
스마트폰의 생산기지에서 중국이 지워지고 있다.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있는 데다, 미·중 갈등의 파열음이 커지면서 중국과 연결되면 세계 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벌이기 어려운 상황이 빚어진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앞다퉈 발을 뺀다.

노키아 브랜드로 휴대전화 사업을 하는 HMD글로벌은 유럽에서 5G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관련 준비에 착수한다고 로이터통신이 27일 밝혔다. 유럽 생산의 첫 번째 단계로 여러 IT 보안업체와 소프트웨어 수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유럽 내 어느 지역에 공장을 건설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노키아와 브랜드 사용계약을 맺은 HMD글로벌은 그동안 폭스콘의 중국공장을 활용해 스마트폰을 만들어왔다. 주력 상품이 중저가 스마트폰이라 ‘가격경쟁력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HMD글로벌이 노키아 스마트폰을 중국 밖에서 만들기로 했다는 점은 많은 걸 시사한다. 우선, 가격경쟁력보다 중국 탈출을 시급한 과제로 받아들인 것이다. 유럽연합(EU)은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다른 주요 부문에서도 공급망 재편을 독려하고 있다. HMD글로벌은 “EU 보조금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다수의 기관과 유럽 내 생산 및 연구·개발(R&D)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중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외연을 확장 중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이 폐쇄되면서 한 달 가량 아이폰 공급에 차질을 빚은 게 결정적 계기다. 다만, 인도 공장에서 생산하는 부품의 수율이 아직 50%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도로 생산공장을 완전 전환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기지였던 후이저우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완전히 발을 뺐다. 현재 삼성전자의 최대 스마트폰 생산기지는 베트남이다.

세계 최대 부품 제조업체 중 하나인 일본 교세라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이 아닌 일본 공장에 투자를 결정했다. 다니모토 히데오 교세라 사장은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중국에서 판매하는 건 유효하지만, 중국에서 생산하고 해외로 수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더이상 실행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로 중국에서 일부 지역으로 수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교세라는 최근 들어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하나둘 옮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에 미국이 부과한 대중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수출용 복사기 제조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미국에 수출할 차량용 카메라 생산도 중국에서 태국으로 옮겼다. 다니모토 사장은 “반도체 규제가 계속되면 중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