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핵추진 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SSN-761·6000t급)가 지난 23일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5장을 25일 공개했다.
스프링필드함은 사거리가 3100㎞에 달하는 토마호크 잠대지 순항미사일 수십 발을 장착하고 있어 동북아 역내 해상의 어느 위치에서든 북한 지휘부와 핵·미사일 기지 등 주요 시설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
특히 은밀하게 움직이는 잠수함의 작전 위치와 동선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이 같은 관례를 깨고 스프링필드함의 부산 입항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두 가지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는 핵·미사일 위협을 일삼는 북한에 대해 강력한 경고 시그널을 보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확장억제력 공약, 즉 ‘핵우산’ 약속과 관련해 한국 내 높아지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미군의 최첨단 무기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잦아지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스프링필드함 입항을 포함해 미군의 전략자산이 2월에만 한반도에 4번 출동했다. 빈번해진 미군 전략자산 전개도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핵우산’에 대한 한국 내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군 태평양함대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스프링필드함의 부산 입항 사진 5장을 공개하면서 “스프링필드함은 괌에 전진 배치된 공격잠수함 5척 중 하나로, 미 7함대 작전구역에서 정기적으로 작전을 펼친다”고 설명했다. 미 7함대 작전구역은 서태평양으로, 한반도 해역을 포함한다. 미 해군이 공개한 사진에는 스프링필드함 승조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게양하는 모습과 우리 해군의 환영행사 장면 등이 담겼다.
핵잠수함인 스프링필드함이 부산에 입항했던 23일 미국에선 한·미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마친 한·미 대표단이 조지아주 킹스베이의 미 해군 전략핵잠수함 기지를 방문했다. 한·미가 같은 날 한반도와 미 본토에서 핵잠수함 전력을 과시한 것이다.
국방부는 26일 한·미동맹 사상 처음 이뤄진 핵잠수함 기지 공동 방문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미측은 (한반도) 역내 핵 갈등을 억제하기 위해 전략폭격기, 이중목적 항공기, 핵무기 등 맞춤화된 유연한 핵전력을 지속 전개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한·미 군 당국은 3월 말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미 핵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에 전개해 연합 해상훈련을 하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핵항모가 한반도 해역에 전개될 경우 지난해 9~10월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에 이어 약 6개월 만에 핵항모가 한반도에 출격하는 것이다.
미 7함대 소속 핵항모인 니미츠함(CVN-68)이 3월 마지막 주에 부산에 입항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군 관계자는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스프링필드함의 부산 입항을 포함해 미국은 2월에만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4차례 전개했다. 앞서 미국은 전략폭격기 B-1B와 스텔스전투기 F-22 등을 동원해 2월 1일·3일·19일에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펼쳤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의 전개 등을 명분으로 앞세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도 발사 등 추가 고강도 도발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