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돌아간 국수본부장 인선… 檢출신 재추천 어려울 듯

입력 2023-02-27 04:04
26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모습. 연합뉴스

2대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국수본부장 인선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검찰 출신인 정 변호사의 불명예 퇴진에 따라 후임 인선에서는 경찰 내부 인사가 추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청은 정 변호사가 사의를 표한 직후인 지난 25일 공식 입장문을 내 “충분히 알아보지 못하고 추천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인사 검증 주체인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청이 유감 표명을 하고 나서자 경찰 내부에서는 ‘왜 경찰만 사과해야 하느냐’는 불만 목소리도 나왔다.

정 변호사에 대한 인사 검증 문제를 두고 ‘검증 실패’가 아닌 ‘검증 패싱’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결과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국수본부장 자리에 검찰 출신을 무리하게 앉히려다 인사 사고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찰청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임 국수본부장 인선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정 변호사 추천을 강행했던 윤희근 경찰청장이 검사 경력의 법조인을 다시 올리기엔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아들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 24일에도 정 변호사 임명 소식이 알려지자 경찰 내부 전산망에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었다. ‘사실상 경찰수사와 검찰 수사를 검찰이 맡게 되는 구조다’ ‘국가 경찰 수사를 무엇으로 보는 건지 허탈하다’ 등의 글들이 게시됐다.

전국 3만명의 수사경찰을 총괄 지휘하는 국수본부장의 공백 조기 해소에 무게를 둔다면 경찰 내부 인사인 현직 치안정감 내지 치안감 중에서 후임자가 선발될 수 있다. 외부 인사에서 찾으려면 재공모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경우 최소한 한 달 남짓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남구준 초대 국수본부장의 임기는 이미 종료됐으며, 이날부터 김병우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치안감) 직무 대행 체제에 들어갔다.

경찰 내부에서는 직전 공모 당시에도 이름이 거론됐던 우종수 경기남부경찰청장(치안정감)과 최주원 경북경찰청장(치안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외부 인사 임명을 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수본 출범 취지가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내세웠던 만큼 전문성을 가진 외부의 수사 전문가가 인선돼 노하우를 공유하면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주요 사건 수사에서 긴밀히 소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의 존재가 오히려 경찰 조직에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