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1위 삼성전자도 ‘저평가’… “한국 주식 장투는 바보” 자조

입력 2023-02-27 04:05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기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시가총액이 365조원에 달하고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한국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것은 바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총 1위인 삼성전자의 이날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7.61배다. PER은 상장사 주가를 주당 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가를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PER은 해외 선진국 기업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최대 경쟁사인 미국 애플은 PER이 24.91배에 달하고 대만 TSMC도 13.43배 수준이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받는 도시바(11.27배) 소니(14.96배) 등 일본 회사들에도 미치지 못한다.

코스피 시총 상위권 기업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시총 3위인 SK하이닉스는 PER이 7.14배 수준이고 현대차(7.76배) 기아(6.61배) 등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통상 PER 10배를 적정 평가상태로 본다.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PBR은 1.21배로 1.0을 간신히 넘겼고 롯데쇼핑(0.29배) 현대차(0.42배) CJ(0.45배) LG(0.49배) 등 0.5배가 채 되지 않는 곳이 수두룩하다.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이지만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이나 자산이 주가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주가가 곧 투자금 규모로 이어지는 주식시장에서 기업들의 저평가 현상은 기업에 좋을 리 만무하다. 기업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줘 투자 의욕을 꺾는 탓이다. 유상증자 등 방법을 동원해 투자금을 확보할 때에도 낮은 주가가 발목을 잡는다.

과거 수익 모델에 안주하는 국내 기업들의 행태도 문제다. 국내 대기업들은 제조업 등 전통산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 신사업 발굴 등 미래 비전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만성적인 낮은 배당 수익률도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오너 체제가 강하게 작용하는 한국 대기업 특성상 기업 이익이 주주 환원보다는 사내유보금 확충이나 기업 투자에 쓰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