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교사 “가해 학생 전혀 반성 않고, 부모님도 책임 회피”

입력 2023-02-27 04:09

정순신 변호사 부부는 학교폭력을 저지른 아들이 전학 처분을 받자 소송전에 나섰지만 집행정지 신청부터 본안 소송 1~3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판결문에는 이들 부부가 책임 인정을 두려워했고, 아들 정모씨 역시 반성하지 않았다는 학교 측 의견이 담겼다.

26일 정씨의 행정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2017년 자율형 사립고 1학년이던 정씨는 동급생인 A씨에게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을 저질러 이듬해 전학처분을 받았다. 정씨와 아들의 법정대리인을 맡은 정 변호사 부부는 “피해 학생 진술이 일부 과장됐다”며 전학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변 학생들은 정씨가 A씨에게 “돼지XX” “빨갱이XX” 등 폭언을 일삼았다고 진술했다. 정씨가 평소 친구들에게 검사인 아버지 자랑을 하며 “아빠가 아는 사람이 많다. 판사랑 친하면 무조건 승소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A씨는 극심한 우울을 겪었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열린 학교폭력자치위원회 회의에선 정 변호사 부부가 아들의 잘못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는 학교 측 의견이 제시됐다. 이 학교 교사는 2018년 6월 회의에서 “정씨가 반성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정씨의 부모님도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셔서 2차 진술서는 부모님이 전부 코치해서 썼다”고 말했다. 그 3개월 전 회의에선 정 변호사 부부가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면 변명의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고 아들을 방어했다.

1심 재판부는 “정씨는 사건 발생 후 가장 경한 조치인 서면사과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과 대법원 또한 “전학 조치는 정당하다”는 결론을 유지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