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순신 낙마 난맥상… 인사 라인 문책하고 쇄신하라

입력 2023-02-27 04:03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모습. 연합뉴스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로 25일 낙마했다. 자녀 학폭 내용도 놀랍지만 당시 검사 신분임에도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통해 대입 불이익을 피한 사실에 공분이 더 컸다. 정 변호사가 사의를 밝혔고 윤석열 대통령이 신속하게 임명을 취소했는데 지극히 마땅한 일이다. 자녀의 문제라고 해도 정 변호사의 처신은 고위공직자가 갖춰야 할 도덕성과 거리가 멀고, 경찰 수사 책임자인 국수본부장을 맡기엔 부적절하다.

이번 사태는 현 정부 출범 후 여러 차례 노출됐던 인사 검증 시스템의 난맥상을 또다시 보여줬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윤 대통령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실은 26일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 등은 통상의 인사 검증에 활용되는 공적 자료 대상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검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는데 안이한 인식이다. 임명 발표 하루 만에 철회할 정도의 중대 결격 사유인데도 제도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자녀의 일탈 문제가 고위공직자 검증에 중요한 사안이 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학폭에 대한 우려가 부쩍 높아졌는데도 이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 변호사 자녀의 학폭 건과 전학 처분에 불복해 소송전을 벌인 사실은 4년여 전 언론의 보도로 당시 검찰 내부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번에 걸러지지 않았다는 건 검증 과정에 큰 허점이 있다는 방증이다.

정 변호사가 윤 대통령과 서울중앙지검에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여서 사실을 알면서도 뭉갠 것 아니니냐는 일각의 지적이 억측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복두규)·인사비서관(이원모)·공직기강비서관(이시원), 법무부 인사관리정보단 등 고위공직자 인사 라인을 검찰 출신이 장악하다시피 해 검증이 느슨하게 이뤄졌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 추천부터 검증, 임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복기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실 검증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엄하게 문책하고 편중 논란을 빚어온 검찰 출신 중심의 인사 라인도 쇄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