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술 등 주류 마케팅, 술 소비 영향… 코로나 이후 고위험 음주율 증가
간경변증, 2030女 비율 50% 이상… “남성의 절반만 마셔도 위험성 같아”
간경변증, 2030女 비율 50% 이상… “남성의 절반만 마셔도 위험성 같아”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알코올 관련 직·간접 사망자는 2018년 4910명, 2019년 4694명에서 2020년 5155명으로 늘어 사상 처음 5000명을 넘었다. 코로나19 유행 첫해에 매일 14.1명이 술 때문에 목숨을 잃은 셈이다. 성별로는 남성(2018년 4233명→2019년 4054명→2020년 4426명)과 여성(677명→640명→729명) 모두 코로나19 이전에 사망자가 다소 줄었다가 코로나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매일 14명 술로 사망…76%가 간 질환
2020년 사망자의 76.4%(3941명)는 알코올성 간질환(지방간 간염 간경변증 등)에 의한 것이었고 정신건강 문제인 알코올 사용 정신·행동장애(21.1%)가 뒤를 이었다. 알코올이 간에서 대사되는 만큼 직접적 손상이 가장 많을 수밖에 없다.
간질환의 최종 종착지로 사망 위험이 큰 간암의 경우 알코올 원인 비율은 1990~1999년 12%에서 2000~2009년 14%, 2010~2019년 15%로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2019년 글로벌헬스데이터 보고서). 간암의 B형간염 원인이 같은 기간 감소 추세(67%→66%→61%)인 것과 대조적이다.
대한간학회 정책이사인 장재영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7일 “과거 간암 원인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는데, 예방백신의 보급으로 점점 줄고 있으며 근래 C형간염 원인도 조금씩 증가 중이나 2015년 이후 효과 좋은 치료제가 개발돼 조기 발견만 하면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알코올 원인은 절주·금주가 유일한 해법인데, 술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로 실행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9년 기준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8.7ℓ로 세계 평균(5.8ℓ)을 훨씬 웃돌고 전 세계적으로 유럽(9.5ℓ)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2021년 세계건강통계). 국내 성인의 월간 음주율(최근 1년간 월 1회 음주)은 2019년 60.8% 2020년 58.9% 2021년 57.4%로 감소 추세다. 남녀 모두 줄었다. 코로나 유행 기간 방역조치로 직장 회식·음주문화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위험 음주율(1회 술자리에서 여성 5잔 남성 7잔 넘게 주 2회 이상 음주)은 2019년 12.6%에서 코로나 유행 초창기인 2020년 14.1%로 상승했다가 2021년 13.4%로 다소 줄었다. 남성의 경우 같은 기간 18.6%→21.6%→19.7%로 비슷한 패턴을 따랐다. 반면 여성은 6.5%→6.3%→6.9%로 코로나 이후 오히려 증가세를 보인다. 월간 폭음률(최근 1년간 월 1회 이상, 한 번 술자리에서 남성 7잔 여성 5잔 이상 음주) 또한 남성은 38.7%→38.4%→35.6%로 감소세지만 여성은 24.7%→24.7%→24.1%로 크게 변화가 없다.
특히 젊은 층의 고위험 음주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데, 여성은 연령층이 더 폭넓었다.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전체 연령 중 20대(2020년 8.3%→2021년 9.5%) 30대(9.1%→10.3%) 40대(7.3%→8.0%)에서 모두 올랐으나 남성은 20대(14.3%→16.0%)를 빼곤 대부분 감소했다. 코로나 기간에 생겨난 홈술·혼술 트렌드, 도수 낮은 술(저도주)의 등장, SNS 등을 통한 주류 마케팅이 젊은 여성의 술 소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여성의 간, 알코올에 더 취약
문제는 음주로 인한 간 건강의 위해를 여성들이 더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하루 60g 이상의 알코올(소주 한 병, 맥주 4캔)을 섭취하는 사람의 90% 이상에서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긴다. 지방간은 전체 간의 5%에서 지방이 쌓이는 질환으로, 4~6주간 술을 끊으면 좋아진다. 만성 음주자의 3분의 1은 간내에 염증을 동반하는 알코올성 간염이 관찰된다. 장 교수는 “지방간 상태에서 술을 끊어서 염증 단계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특히 폭음을 지속할 경우 급성으로 생기는 ‘중증 알코올 간염’은 치명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위험하다. 눈이 노래지는 황달이 주요 증상인데, 젊은 여성 중에도 이런 사례를 종종 본다”고 했다.
간의 염증 상태에서 계속 음주할 경우 30~40%에서 간섬유화(딱딱하게 굳음)가 진행되고 장기간 음주자의 8~20%에서 위험 단계인 간경변증(표면에 오톨도톨한 결절)이 발생한다. 간경변증으로 진행한 만성 음주자의 3~10%에서 간암이 유발된다. 일부 지방간에서는 단주에도 불구하고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간경변증은 2020년 알코올성 간질환 사망 원인의 78.4%를 차지했을 정도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다. 사망자 중 여성의 수는 남성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지만 비율은 2006년 8.6% 2010년 9.5% 2015년 13.2% 2020년 14.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여성들이 알코올성 간질환에 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알코올성 간질환 세부 진료 현황)에 따르면 다른 연령대에 비교해 10~30대에서 여성 알코올성 간질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로 작지 않았다. 특히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20·30대에서 여성의 비율이 5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 2008~2012년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에선 알코올성 간염 관련 입원율의 경우 남성은 인구 10만명 당 35명에서 25명으로 의미 있게 줄었지만, 여성은 3명에서 4명으로 꾸준히 유지됨이 확인됐다.
장 교수는 “장기간 지속되는 음주 습관이 원인인 알코올성 간질환의 특성을 감안하면 전체 유병 인구 중 젊은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여성은 남성 음주량의 절반만 마셔도 남성과 간질환 위험성이 같아진다”면서 “특히 최근 늘고 있는 여성의 간경변증에 대해 자신은 물론 가족 등 주변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간학회 이사장인 배시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교수는 “알코올성 간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한 고위험 환자군의 스크리닝 및 관리 제도 확립, 다학제 통합진료 시스템의 정착, 전문 치료기관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기획 :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