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암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쓸개즙)이 지나는 통로에 생긴 암이다. 현재 담낭암과 함께 묶여 연간 발생 현황이 공개되고 있는데, 2020년 기준 주요 10개 암 중 발생률 9위(3.0%)를 차지했다. 학계는 매년 신규 발생하는 담도·담낭암의 75% 정도가 담도암일 것으로 본다. 문제는 진단 시 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30%에 불과할 정도로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절반 이상의 환자는 수술이 힘든 3~4기에 진단될 정도로 예후가 불량하다. 5년 생존율은 30%를 밑돈다.
그런데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방승민·조중현 교수와 미국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임형순 교수 연구팀이 담도암을 93% 정확도로 진단해 기존보다 진단율을 1.3배 끌어올린 새로운 액체 생검 기술을 개발했다. 액체 생검은 혈액이나 소변 등 체액 속에서 암 관련 바이오마커(종양 표지자)를 찾아내는 검사법이다.
담도암의 표준 확진법은 췌담도내시경을 통해 떼낸 조직을 검사하는 것인데, 진단율이 낮고 검사를 반복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또 혈액 속에서 ‘CA19-9’라는 바이오마커를 검출하는 방법이 있으나 검사 민감도가 떨어져 진단율이 70% 정도에 그친다.
이에 연구팀은 담즙에서 해답을 찾았다. 담즙 분석을 통해 담도암 유래 ‘세포외소포(암세포 관련 단백질·핵산·지질물질 등 함유)’에서 MUC1, EpCAM, EGFR 등 종양 특이 단백질의 발현이 높은 것을 밝혀냈고 세 단백질은 실제 환자 조직에서도 많이 발견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어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개발한 세포외소포 분석 기술(FLEX 센서칩)을 활용해 실제 담도암 환자의 담즙에서 3가지 표적 단백질이 더 높게 측정되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통한 담도암 진단 정확도는 93%로 동일한 환자 25명 대상으로 진행한 혈액검사(69%)는 물론 췌담도내시경 조직검사(71%)에 비해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담즙은 내시경 과정에 담도 내에 고여있는 것을 빼내 활용한다. 조중현 교수는 “기존 방법보다 진단 정확도가 높고 환자 부담도 훨씬 덜하다”면서 “추가 임상시험을 거쳐 3~5년 안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