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돌려 눕거나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면 순간 천장이 빙글빙글 돌아요.”
어지럼증이 지속되는 시간이나 동반 증상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속귀(내이) 이상으로 생기는 ‘말초성 어지럼증’의 중요한 특징은 주변 사물이나 자신이 빙빙 도는 것처럼 느끼는 ‘회전성 현훈’이다.
당장 세상이 도는 어지럼증에 당황해 많은 환자가 응급실을 찾지만, 어지럼증의 70~80%는 귀질환으로 발생한다. 물론 뇌질환인 ‘중추성 어지럼증’과의 감별은 필요하다. 중추성은 다른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심장질환이나 빈혈 등이 원인일 때도 있다. 말초성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대표적 귀질환은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등이 있다.
이석은 우리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전정기관 안에 붙어있는 미세한 돌조각 성분이다. 몸의 움직임에 따라 위치 감각을 전달해 평형 감각을 유지하는데, 이석 조각이 인접한 세반고리관으로 떨어져 나와 머리를 움직일 때 자세를 느끼는 신경을 과하게 자극하면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특정 자세에서 고개를 돌릴 때 순간적으로 회전성 어지럼증이 발생하지만, 보통 1분 내로 증상이 소실된다. 또 이석 조각들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치료를 받으면 상당수에서 증상이 나아진다.
전정신경염은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전정기관의 한쪽 기능이 떨어지면서 심한 어지러움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회전성 어지럼증이 수 시간~수일 동안 지속되며 메스꺼움과 구토가 동반된다. 발병 초기에는 약물 치료를 적극 진행하고 회복기의 경우 전정 재활운동으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메니에르병은 내이의 림프액이 과다 분비돼 압력이 높아지면서 유발되는 어지럼증이다. 20분 이상의 현기증과 청력 감소, 이명(귀울림), 먹먹함 등이 반복적으로 생기고 양쪽에 발생할 수 있다.
일상에서 어지럼증은 자주 경험할 수 있다. 경미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아주 심각한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석증이나 메니에르병처럼 반복적인 어지럼증이 흔하므로 환자에게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며, 매번 적절하고 꾸준한 치료를 받으면 생활에 미치는 지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당황하지 말고 전문의에게 귀 건강을 확인해 보자.
민현정(이비인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