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사 수장에 ‘檢 출신’… “누가 반기겠냐” 반발

입력 2023-02-25 04:03

경찰 수사를 총괄·지휘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의 새 수장에 검찰 출신이 임명되면서 경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로 상처를 받았던 경찰 조직이 또다시 반발할 태세다. 경찰 내부에선 벌써부터 “사실상 검찰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24일 정순신(57·사법연수원 27기·사진) 변호사가 임기 2년의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정 본부장은 검찰 재직 시절 특수통으로 꼽혔었다. 인천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 창원지검 차장검사 등을 거친 후 2020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을 끝으로 퇴직해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등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윤 대통령이 대검 중앙수사2과장이던 2011년 정 본부장은 대검 부대변인이었다. 2018년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땐 인권감독관으로 근무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2021년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을 폐지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출범한 국수본은 경찰 수사권 독립의 상징적인 기관이다. 국수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은 물론 3만명이 넘는 전국 수사 경찰을 지휘한다. 최근 총경 보복 인사 논란에 이어 이처럼 막강한 수사지휘권을 가진 국수본부장에 검찰 출신이 앉게 되면서 내부에선 반발 움직임이 감지된다. 앞서 지난 2일 단행된 총경 전보 인사에서는 지난해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서장회의에 참석한 총경들 다수가 좌천성 인사를 당했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국 설치로 시끄러웠던 게 얼마 지나지 않았고, 검찰과 수사권을 둘러싼 마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위치에 검사 출신이 온다는 걸 누가 반기겠냐”며 “내부에선 반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 듯 남구준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열린 이임식에서 “경찰 수사의 독립성·중립성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든든히 지켜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청은 이번 인사에 대해 “정 본부장은 검찰 주요 보직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수사 전문가”라며 “경찰이 대부분의 수사를 담당하게 되면서 경험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 책임수사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