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출 6850억달러 목표… 매달 물가 관리하듯 수출 점검한다

입력 2023-02-24 04:08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4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총수출 목표액을 전년 대비 0.2% 포인트 증가한 6850억 달러 이상 달성하겠다는 ‘수출 비전 플러스’ 비전을 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 수출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다시 한번 ‘숫자’로 강조한 셈이다. 정부의 수출 활성화 의지는 좋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전 정부에서 도입됐다 흐지부지된 ‘물가 부처 책임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4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 최전선에서 뛰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수출 증진을 위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뛰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는 국책연구기관이 제시한 올해 수출액 예상치를 상회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수출액 예상치를 6500억 달러로 제시했으며, 국제무역통상연구원·산업연구원 등 다른 국책연구기관도 6600억~670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일단 원전·방산·해외건설·농수산식품·콘텐츠·바이오 등 12개 분야에 대한 수출·수주 확대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주력산업(15대 제조업) 수주전략산업(원전, 해외건설 플랜트 등) 수출유망산업(농수산식품·디지털산업·바이오헬스) 등으로 영역을 세분화해서 지원키로 했다. 또 수출 지원 사업에 예산 1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무역금융을 최대 362조5000억원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부처별로 목표 수출액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전 부처의 산업부화’에 따른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비산업부처와 지원부처까지 18개 부처가 수출 확대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처별로 수출투자책임관(1급)을 지정하는 한편 부처별 수출실적을 매월 점검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수출 악화가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여건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부처에 할당량을 부과한다고 수출이 급격히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수출액이 전년 대비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번 대책이 개별 부처가 담당 품목의 물가를 책임지도록 한 지난 정부의 ‘물가 부처 책임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수출액 목표치를 제시한 게 박정희정부 때 이후 처음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그만큼 각 부처가 책임감을 갖고 수출에 총력 대응하자는 의미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통상 문제 대응과 수출기업 지원 강화에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 부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통상 이슈 대응과 더불어 기업 환경 개선도 중요한 축”이라고 말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도 “특정 산업에서 무엇을 한다는 것은 민간의 영역”이라며 “정부는 규제 완화, 경제 유연성 확보 등 토대와 제도를 만드는 것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문동성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