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양대 노총 중심으로 운영된 노동단체 지원 사업 예산의 절반을 ‘MZ노조’ ‘근로자 협의체’ 같은 새로운 노동단체에 배정하기로 했다. 보조금 사용내역은 회계전문기관에 맡겨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서는 사실상 국고보조금 지원을 끊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정부가 ‘돈줄 죄기’를 통해 거대 노조를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고용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노동단체 지원 사업 개편 방안’을 확정해 다음 달 사업공고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올해 고용부의 노동단체 지원사업 예산은 44억원이다. 지난해(35억원)보다 20% 정도 늘었다.
정부는 이 중 절반인 22억원을 ‘MZ노조’ 등 신규 참여 기관에 배정하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비정규직·플랫폼 근로자로 구성된 단체나 지역·업종 내의 근로자 협의체처럼 노조가 아닌 ‘기타 노동단체’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 예산 배정이 집중됐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지원금은 대폭 줄어들게 됐다. 고용부는 지난해 한국노총 소속 단체 사업에 29억원, 민주노총 소속 단체 사업에 3억원을 지원했다.
회계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노조는 지원사업 선정에서 배제한다. 이는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지난 20일 대통령실에 보고한 ‘노조 회계장부 공개 거부’ 대응책 중 하나다. 정부가 1000명 이상 노조 327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회계 서류 비치·보존 의무 점검’과 관련해 ‘서류 미제출’로 분류된 207곳이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사용내역 검증도 강화한다. 지난해 보조금 정산보고서부터 회계전문기관을 통해 내역을 검증하고, 부정수급이 확인될 땐 보조금을 환수한다. 일부 단체에만 실시하던 현장점검도 전체 기관으로 확대해 사업을 부실하게 운영하는 단체는 사업 참여를 배제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또 지원사업 내용을 취약근로자의 권익 보호, 격차 해소, 산업안전 중심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원·하청 근로자 공동교육, 근로조건 격차 완화를 위한 연대프로그램 등이다. 노조 간부 교육과 국제교류 사업 등은 아예 지원대상에서 빼고 노조 자체 예산을 활용하도록 했다.
이 장관은 “노조는 국가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지원받는 만큼 회계를 투명하게 운영할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며 “사업 개편을 통해 노동단체가 사업에 참여해 취약 근로자의 권익 보호 강화와 격차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전날 국무회의에서 “조합원들도 자신이 낸 회비를 집행부가 어디다 쓰는지 궁금해하면서도 왕따시키고 고통을 줘 이의제기를 못한다”며 노조회계 투명성 강화를 강조했다. 양대 노총은 회계 자료 보완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고보조금에 대해서는 이미 외부 회계감사와 기획재정부 시스템으로 철저하게 관리·감독받고 있고, 조합원이 낸 조합비 관련 자료의 내지까지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