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하늘에 드론 한 대가 등장했다. 드론을 띄운 이는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는 20대 프랑스인 관광객 A씨. 함께 온 친구들과 근처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나온 그는 즐거운 듯 드론 비행 시범을 보였다. 그는 “한국의 번화가를 촬영하고 싶었다”며 “드론을 날리면 휴대전화에 실시간으로 영상이 전송된다. 좌우로 카메라를 조정하면 옆 빌딩까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평범한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이지만, A씨의 드론 촬영은 현행법 위반이다. 항공안전법 및 시행규칙에 따르면 항공청에서 승인을 받지 않은 비행은 금지되고 있다. 또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촬영하거나 일몰 후 또는 음주 상태(혈중알코올농도 0.02% 이상)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것도 법에 위촉된다. 불법 드론 촬영의 경우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A씨 사례처럼 외국인 관광객의 불법적인 드론 촬영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일일이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일선 현장 경찰들의 얘기다. 원거리에서 조종을 하기 때문에 조종자가 누구인지 금방 적발하기 힘들고, 휴대용 드론이 많아져 신고를 받고 출동을 해도 드론을 누가 소지하고 있는지 가려내기 어렵다고 한다.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한 지구대 소속 경찰은 23일 “현장에 도착하면 드론은 이미 사라지고 없고, 신고자도 사라져서 적발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출동에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대응하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남산 인근을 관할하는 중부경찰서 관계자도 “서울시내에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드론을 띄우고 있다”며 “그만큼 신고도 많이 들어오는데 모두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단속은 어려운 반면 코로나19 규제 완화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불법 드론 촬영은 늘고 있다. 지난 연말 북한 무인기 서울 상공 침투 사태 이후 더욱 민감해진 탓인지 관련 신고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지방항공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에서 적발된 드론 불법 비행에 대한 과태료 부과 건수는 총 35건이었다. 서울항공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외국인의 드론 불법 비행 적발 건수가 2.5배 정도 많아졌다”며 “특히 남산타워 근처에서 드론이 적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인근은 용산 대통령실과 한·미 군사기지가 있어 비행이 금지된 구역”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튜브에서 ‘Seoul drone(서울 드론)’ 키워드로 검색되는 해외 영상 중 남산 인근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식 허가를 받고 촬영했다고 고지된 영상도 있지만 별다른 표기 없이 올라온 영상이 대다수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현재 드론을 단속하는 방법은 너무 원시적”이라며 “감지기 등 과학적 장비를 도입해서 단속률을 높이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충분히 비행금지구역을 숙지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