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FA시장 뺨치는 기재부 사무관 인사… ‘와일드카드’ 신경전

입력 2023-02-24 04:06

최근 기획재정부 내에서는 사무관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복도통신’을 나누고 있다. 다음 달 중앙동으로 이사를 마무리한 뒤 진행될 사무관 인사를 앞두고서다. 최대 관심사는 기재부 사무관 인사에 적용되는 ‘와일드카드’ 제도다. 이는 1·2차관 라인의 이른바 ‘비선호 실국’에서 원하는 사무관 한 명을 무조건 뽑아갈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제도다. 와일드카드를 가진 실국이 사무관 한 명을 ‘픽’하면, 당사자는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무조건 해당 실국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재부는 정기 인사 전 실국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다.

이 제도는 기재부 이외 다른 부처에는 없다. 벌써 도입된 지 10여년이나 됐다. 제도 도입 당시 사정을 아는 기재부 관계자는 23일 “업무 중요도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인기는 없는 실국에서 인재를 키울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사무관 인사 때마다 와일드카드를 둘러싼 실국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물론 와일드카드를 가진 실국 입장에서는 실력이 우수한 사무관을 데려오려고 한다. 반대로 우수한 사무관을 뺏기는 입장에 처한 실국으로선 방어 전략을 짜는 데 힘을 쏟는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주요 전력이 와일드카드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에 얘 데려가면 나 하고는 정말 끝’이라고 엄포를 놓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와일드카드를 가진 실국 입장에서 곤혹스러울 때가 또 있다. 와일드카드를 써서 영입한 사무관이 불만을 품고 갑자기 휴직한다고 했던 사례가 있었다.

기재부는 현행 와일드카드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와일드카드를 쓸 수 있는 실국을 현재 2곳에서 하나 더 늘리고,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인원은 다음 인사 때 원하는 실국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