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겹쳐… 가계 실질소득, 2분기 연속 뒷걸음

입력 2023-02-24 04:06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4.1% 증가했지만 공공요금과 식재료 등 물가 변동분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3일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서울 한 대형마트의 삼겹살 판매대. 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가계소득은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2분기 연속 감소했다. 물가가 소득보다 큰 폭으로 오르며 가계의 실제 구매력은 감소했다. 특히 난방비와 이자 지출이 역대 최대 폭으로 늘어나며 가계 부담을 가중시켰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4000원으로 1년 전(464만2000원)보다 4.1% 증가했다. 정부의 손실보상지원금 효과가 사라지며 이전소득(-5.3%)이 줄었지만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으로 근로소득이 7.9% 급증해 전체 소득 증가를 견인했다.

반면 물가 변동분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전년보다 1.1% 감소했다. 4분기 기준으로 2016년(-2.3%)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3분기(-2.8%)에 감소세로 전환한 뒤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3~4분기 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 기조가 이어진 여파다.


소비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9만7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9%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비지출은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씀씀이는 전년과 차이가 없는데도 물가 상승으로 지갑에서 나간 돈은 늘어났다는 뜻이다. 특히 전기·가스 요금 등 냉난방비가 포함된 연료비 지출이 16.4% 급증하며 2006년 이후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세금이나 이자 등 소비활동과 무관하게 지갑에서 빠져나간 금액인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92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특히 고금리로 이자비용 지출이 28.9% 급증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금액으로는 주택담보대출에서, 증가율로는 신용대출에서 각각 지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소득분배 상황은 소폭 개선됐다. 지난해 4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2만7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6% 늘었다. 고령자 취업 증가가 노인가구 비중이 높은 1분위 소득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42만7000원으로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5분위 가구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데,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급 중단으로 이전소득(-14.4%)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배율을 뜻하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3배를 기록했다. 1년 전(5.71배)에 비해 0.18 포인트 줄어들었다. 그만큼 소득 격차가 완화됐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분배 지표는 개선됐지만 고물가·경기둔화 우려 등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가계살림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