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소속 변호사들의 법률 플랫폼 서비스 ‘로톡’ 이용을 금지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에 과징금 20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변협을 사업자단체로 보고 이들이 구성사업자의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변협은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공정위는 변협과 서울변회에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을 위반 혐의로 각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거래법상 구성사업자의 사업활동 제한 행위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은 최대 10억원이다. 공정위가 변협의 위반행위를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같은 행위가 2개 법률을 위반했다하더라도 과징금을 중복 부과하는 것은 과하다고 판단해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 신동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변협 등은 변호사 간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고 동시에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변호사 선택권도 제한했다”고 말했다.
변협은 2021년 5월 소속 변호사의 법률플랫폼 서비스를 제한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제·개정했다. 2021년 5월 3일 ‘법질서위반 감독센터’를 설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이어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을 전부 개정해 법률 플랫폼 사업자 등에 협조하지 못 하도록 했다.
변협은 새롭게 만들어진 규정을 바탕으로 2021년 8월 11일부터 4차례에 걸쳐 로톡에 가입한 1440명의 소속 변호사들에 소명서와 로톡 탈퇴(확인)서 제출을 요청했다. 법무부가 같은달 24일 로톡 서비스는 ‘변호사 광고 플랫폼’으로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놨음에도 변협의 압박은 계속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9명에 견책, 과태료 300만원 등의 징계를 의결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변협의 이같은 행위가 구성사업자의 광고 활동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사업활동 제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변협과 서울변회는 변호사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단체인데다 변협은 회칙을 미준수하는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변협은 공정위의 판단이 월권행위라고 반박했다. 변협이 로톡 서비스 이용금지 규정을 제정해 안내한 것은 행정행위로 공정위의 관장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변협은 법률가 위원을 배제하고 전원회의를 열어 공정위가 ‘끼워 맞추기식’ 심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곧바로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등 사법절차를 밟아 문제를 바로 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원회의 재적 위원 9명 중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과 비상임위원 2명은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비상임위원 2명은 변호사이기 때문에 이해 충돌 여지가 있어 회피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 이사장 근무 당시 변협과 로스쿨 증원을 두고 반대의견을 냈던 점을 감안해 회피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