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6%로 눈높이 낮춘 성장률… 반도체 수출 부진이 발목 잡았다

입력 2023-02-24 04:05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낮춰잡았다. 지난해 11월 1.7%로 제시한 지 3개월 만이다.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6%에서 3.5%로 소폭 하향했지만 다시 뛰어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3일 통화정책방향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과 관련해 “미국·유럽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과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은 11월 전망치보다 경제 성장률을 0.2% 포인트 끌어올릴 요인이지만 정보기술(IT) 산업 부진, 국내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이 0.3% 포인트 낮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1.6%)와 같아졌다.


한은이 이미 잠재 성장률(2%)보다 낮은 올해 전망치를 더 끌어내린 것은 경기 하락 조짐이 더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 감소해 2020년 2분기(-3%) 이후 10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GDP는 이번 분기에도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한 462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수출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같은 달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 달러 마이너스로 적자 폭이 월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1~20일 수출액도 335억4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 이상 적다. 이 추세라면 수출액은 이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일 것이 유력하다.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이달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 “하반기 이후에는 중국과 IT 경기 회복 등으로 국내 성장세가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적었다. 지난달 통방문 대비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표현의 수위가 높아졌다.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물가도 마찬가지다. 한은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0.1% 포인트 인하한 것은 전적으로 국제 유가 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앞으로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 등을 감안하면 고물가 국면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특히 근원 물가(변동 폭이 큰 에너지나 식료품 가격을 제외하고 산정한 물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향후 물가 경로와 관련해 근원 물가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한은 금융통화위원 간 이견이 많았다”면서 “공공료가 상승할 때 (시장 전반에) 2차 효과를 미쳐 근원 물가가 빨리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오는 2024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4%, 물가 상승률은 2.6%를 각각 제시했다. 성장률은 잠재 수준을 회복하고 물가 상승률은 한은 물가 안정 목표치에 근접해 내년에는 한국 경제가 정상 경로에 들어선다고 예측한 셈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