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비상대책위원장’ 성격의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은 정경유착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김 회장을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 직무대행으로 추대했다. 김 직무대행은 수락 인사에서 “선배 기업인들이 쌓아 올린 위대한 유산인 전경련이 환골탈태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 자유시장경제 기조를 재정립하고 이를 뒷받침할 싱크탱크 설립을 추친하겠다”고 말했다.
김 직무대행은 앞으로 6개월간 전경련 쇄신작업을 이끌면서 차기 회장 후보를 세워야할 숙제를 안고 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스스로를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34년간 봉직한 학자로서 사회에서 필요로 할 때마다 역할을 한 것이다. (전경련이) 내게 역할을 맡아달라고 한 이유가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내 철학을 본 것이라 생각한다. 자유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자유시장경제의 기조를 단단히 하고 기존 유착을 끊거나 관계를 새로운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과정에서 전경련이 비판받았던 정경유착과 단절하겠다는 각오다.
김 직무대행은 “소비자 권리의식이 매우 높아져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국민과 소통하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다”면서 “성공을 이룬 기업인들이 젊은 세대와 대화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공헌에 더 관심갖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김 직무대행은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상임선대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전경련 내부에서는 김 직무대행이 교수 출신 정치인으로서 현 정부와의 소통 채널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전경련 미래발전위원회는 총회에서 경제인 명예의전당 조성사업,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글로벌 싱크탱크로 육성, 대기업 회장들로 구성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설립 등을 포함한 ‘뉴 웨이’ 구상을 발표했다. 김 회장이 전경련 회장 대행으로 추대되면서 2011년부터 회장을 맡았던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은 12년 만에 물러났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