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에 도전했지만, 국민연금의 반대로 우여곡절을 겪던 KT 구현모(사진) 대표가 포기 선언을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최고경영자(CEO)도 교체됐던 KT의 역사가 반복됐다.
KT는 구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구 대표는 이사회에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는 이를 수용했다.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는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구 대표는 다음 달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KT 대표이사 임기를 마무리한다. 구 대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는 참석할 예정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이사 자격으로 ‘협업을 위한 시간인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기로 돼 있다.
그동안 연임에 강한 의지를 보이던 구 대표가 입장을 바꾼 것은 ‘외부 환경’이 연임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구 대표는 지난해 11월 연임에 도전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3년간 유무선 통신을 넘어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변신을 추진해 온 ‘디지코 전략’을 완성하려면 연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KT가 1998년 상장 이후 최초로 지난해 매출 25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도 구 대표의 연임에 긍정적 요인으로 보였다. KT 이사회 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구 대표에게 적격평가를 내리고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그러나, 구 대표가 복수의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사회는 다시 후보 선정작업을 벌였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 인사 14명과 사내 후보자 13명을 후보로 선정했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27명의 후보를 심사해 지난해 12월 28일 주주총회에 추천할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구 대표를 최종 결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에서 나섰다. 국민연금은 “경선의 기본 원칙에 위부합하지 못한다”면서 절차의 투명성을 문제 삼았다. 이사회는 원점에서 후보 공개 모집에 들어갔다. 사외 인사 18명, 구 대표를 포함한 사내 인사 16명이 지원했다.
KT는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일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사회는 오는 28일에 구 대표를 제외한 후보자 가운데 면접대상자를 결정하고, 다음 달 7일에 차기 대표이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는 다음 달 있을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투표로 선임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