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무등산 못 오르나요?”… 정상 개방 차별 논란

입력 2023-02-24 04:05

올해 첫 무등산 정상 개방을 앞두고 외국인 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무등산 꼭대기에 오르지 못하게 된 유학생과 이주노동자들이 불만이다.

광주시는 무등산 정상 개방 행사를 다음 달 4일 개최한다. 탐방객에게 기념품을 증정하고 캐릭터 인형과 기념사진 촬영, 세계지질공원 재인증 준비과정을 담은 사진전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갖는다.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는 정상 코스는 서석대 주상절리에서 주둔 중인 군부대 후문을 통과해 지왕봉, 인왕봉을 거쳐 부대 정문으로 나오는 0.9㎞ 구간이다.

하지만 내국인만 개방 행사에 참여하도록 자격을 제한해 국제화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인도네시아 출신 전남대 유학생은 “외국인이라고 산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강기정 광주시장을 피진정인으로 차별 시정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에 제출했다.

광주시는 출입 제한 근거로 공군 보안규정을 들었다. 시는 군부대와 협의 과정에서 최근 북한 미사일 도발 등으로 시설보안이 강화된 만큼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승인 절차를 거칠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뿐 외국인을 차별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앞으로 사전 절차만 제대로 밟으면 외국인도 무등산 정상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3년 국내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무등산 정상은 1966년부터 공군부대 방공포대가 주둔 중이다. 그동안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지만 광주시와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방부가 협의해 올해 하반기부터 상시 개방에 들어가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9월 개방 때부터는 외국인 차별 논란이 사라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