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과 아티스트가 온라인으로 소통하도록 돕는 ‘팬덤 플랫폼’이 IT 산업의 새로운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K-팝 성장에 따라 IT 기업들이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손을 잡고 디지털 팬덤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팬덤 플랫폼 구축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도 구축 솔루션을 활용해 팬덤 관리에 들어가고 있다.
팬덤 플랫폼은 충성도 높은 이용자층인 K-팝 팬덤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팬들이 아티스트와 온라인으로 소통하도록 연결하고, 플랫폼에서 굿즈 등을 판매하는 식으로 수익을 낸다. 팬덤의 규모가 클수록 플랫폼 이용자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광고 등의 부수입도 얻을 수 있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회사나 콘텐츠 제작사가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있어 IT 기업의 기술력을 활용할 기회로 여겨지기도 했다.
팬덤 플랫폼 산업 초창기에는 네이버의 브이라이브 팬십, 하이브의 위버스,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디어유의 버블 등이 주축이었다. 후발주자인 엔씨소프트는 독자 콘텐츠와 인공지능(AI) 합성 기술을 내세워 유니버스를, 네오위즈는 종량제 방식으로 차별화한 팹으로 팬 플랫폼 시장에 도전했다. 이후 팬덤 플랫폼 시장은 위버스, 버블의 2강 체제로 재편됐다. 네이버는 하이브(당시 빅히트)와 협업해 2020년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넘겼다. 대신 위버스 운영사 BNX의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월 유니버스를 디어유에 양도했다.
팬덤 플랫폼의 성장 속도는 빠르다. 버블은 2020년 2월 출시됐는데, 100만 구독자 달성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위버스의 경우 지난해 이용한 국가·지역만 245곳에 달한다. 커뮤니티 누적 가입자는 539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IBK 투자증권의 ‘팬덤 경제학’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팬덤 경제 규모는 약 7조9000억원이었다.
위버스는 매출과 이용자 수에서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의 1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팬덤 플랫폼에서도 ‘거대 공룡’이 탄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이브가 SM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면 위버스와 버블이 합쳐지면서 위버스가 팬덤 플랫폼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
팬덤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IT 솔루션도 주목받는다. K-팝뿐 아니라 e스포츠와 콘텐츠 영역에서도 팬덤을 비즈니스 영역으로 끌어오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플랫폼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만들어진 한국 최초의 팬덤 비즈니스 전문기업 비마이프렌즈는 팬덤을 운영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팬이 있는 사람이나 분야라면 누구나 플랫폼을 구축하고 비즈니스 형태로 운영해 수익을 낼 수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 기업들도 로열티가 높은 브랜드 팬덤 확보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팬덤 비즈니스는 국경도, 산업 경계도 없다. 팬덤과 팬덤 대상만 있으면 얼마든지 커질 수 있는 산업군”이라고 26일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