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탄도미사일 표적 공유… 한·미·일 이지스함 동해서 요격 훈련

입력 2023-02-23 04:07
한·미·일 이지스구축함이 22일 동해 공해상에서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앞에서부터 한국 해군의 세종대왕함, 미국 해군의 배리함, 일본 해상자위대의 아타고함. 합동참모본부 제공

한·미·일 3국이 22일 동해 공해상에서 약 4개월 만에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 18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3국 간 협의를 통해 전격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고강도 무력도발을 재개하자 이에 맞서 한·미·일의 공조도 본격화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일은 오늘 동해 공해상에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했다”며 “탄도미사일 표적 정보를 공유하고, 탐지·추적·요격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독도에서 동쪽으로 약 185㎞ 떨어진 곳에서 실시된 이번 훈련에는 한국 해군의 세종대왕함(7600t급), 미국 해군의 배리함(6900t급), 일본 해상자위대의 아타고함(7700t급) 등 3국의 이지스구축함이 참가했다.

가상의 탄도미사일 표적을 한·일 이지스구축함이 탐지·추적해 전술데이터링크를 통해 각각 미군 측에 전달하고 미군이 이를 다시 상대국과 공유하며 요격하는 절차를 밟았다. 합참은 “한·미·일은 이번 훈련을 통해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대응체계를 더욱 확고히 했다”고 강조했다.

예정에 없었던 이번 훈련은 ICBM 등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실시됐다. 합참은 지난 20일 북한의 초대형방사포 발사 직후 이례적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확고한 대응태세를 갖추겠다”고 밝히며 이번 훈련을 예고했다. 군 관계자는 “3국이 필요에 의해 훈련을 계획하고 시행했다”며 “앞으로 상황에 따라 수시로 이 같은 협력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3국의 미사일 방어훈련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해 일본 열도를 넘기자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10만3000t급) 등이 참여하는 미사일 방어훈련이 실시됐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날 훈련 소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일본해(Sea of Japan)에서 미사일 방어훈련을 했다”고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미 인태사령부는 같은 해역에서 실시됐던 지난해 10월 훈련 때도 ‘일본해’로 표기했다가 문제가 되자 ‘한·일 사이 수역’으로 수정했다.

한·미는 워싱턴의 미 국방부에서 22일(현지시간) 북한의 핵위협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한다. 한·미 대표단은 23일엔 조지아주 킹스베이에 있는 핵잠수함 기지를 방문한다. 북한이 이번 3국 미사일 방어훈련과 DSC TTX 등을 구실로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방정보본부는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ICBM 비행능력을 보유했고, 대미 압박을 위해 타임라인을 조정 중”이라고 보고했다.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에 대해서도 발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