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문재인정부 당시 수립된 경영전략 ‘비전 2030’에 대한 재검토에 나섰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신(新)성장 4.0’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최근 중장기 경영전략 ‘비전 2030’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수은은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쟁력 제고 컨설팅 제안 요청서’라는 제목으로 조달청 나라장터에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비전 2030은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수출입은행장을 맡았던 2018년 내세운 목표다. 수출금융에 더해 대외경제협력기금과 남북협력기금을 적극 활용해 2030년까지 여신 잔액 200조원, 연간이익 1조원, 누적이익잉여금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은 전 행장 재임 당시 수은은 적자가 과도하다는 기획재정부의 지적에 따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등 강도 높은 ‘조직 슬림화’에 몰두했다. 이에 따라 임원 수를 줄이고 본사 본부와 출장소, 지점을 폐쇄하는 등 조치가 진행됐다. 임직원 급여, 경상경비, 예산도 대거 삭감됐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수은은 경영수지 개선보다는 수출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전략사업과 원전·방산 등 수주산업을 중심으로 현 정부가 내세운 신성장 4.0 분야에 대한 지원 폭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수은은 이를 위해 대규모 조직·인력 개편에 나설 계획이다.
수은은 또 홍콩 런던 싱가포르 등 5개국에 있는 현지 법인을 재정비해 수출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과거와 달리 수은 본점이 현지 법인에 대한 통제 범위를 확대해 지배구조와 평가·성과 보수체계 등도 손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와중에 수은이 조직 확대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수은은 연간 대외채무보증 총금액 한도를 확대하는 것을 놓고 무역보험공사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기재부는 수은의 보증 한도를 무보 연간 보험 인수 금액의 35%에서 50%로 확대하는 한국수출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는데, 무보는 이를 ‘수은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보고 있다. 수은 내부에서는 이런 논란을 의식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마련하는 데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 관계자는 “노사 합의 하에 현재 경영전략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검토하는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